뉴욕의 중심가에 시각 장애인이 처량한 모습으로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계단에 주저앉아 행인들이 적선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가 종이에 써 들고 있는 문구입니다.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I’m blind please help!)”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는 한 여성이 물끄러미 이 광경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바삐 계단을 오르내릴 뿐, 이 시각 장애인에게 동전 한 닢 던져 주지를 않습니다. 한참 지켜보던 그녀는 시각 장애인에게 다가갑니다. 한 푼 적선을 요청하는 낡은 하드보드지를 뒤집어 무어라 끼적입니다. 새로운 문구를 완성한 여인은 깡통에 지폐 한 장을 넣어 주고는 총총 떠나지요.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무심코 맹인 앞을 지나치던 행인들이 하나씩 둘씩 멈추어 섭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깡통에 동전을 넣기도 하고 지폐를 두고 가기도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깡통은 사랑의 손길로 가득해지지요. 대체 그 여인은 어떤 마법을 부렸던 것일까요?

그녀는 이렇게 썼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날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 광경을 볼 수 없답니다. (It’s a beautiful day and I can’t see it.)”

보드에 쓴 단어가 4개에서 8개로 늘어났고 알파벳 철자가 몇 개 바뀌었을 뿐입니다. 도움을 호소하는 말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지 행인들이 시각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살짝 바꿔주었을 뿐이지요.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언어는 이처럼 강력한 것이지요. 언어 배후에 있는 생각, 즉 관점을 바꾼다는 것은 우리 삶의 질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관점을 바꾸는 일. 틀에 박힌 낡은 고정관념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으로 신선하게 상황과 사건과 사물을 바라보는 힘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계속)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