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탈출을 꿈꾼다고 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80%가 ‘한국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여성이 가지는 지위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들에게 억울함, 우울감, 상실감, 자괴감을 가지게 하여 다른 나라로 떠났으면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범죄피해에 대한 불안과 불공정성에 대해 느끼는 정도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크다고 한다. 어느 다른 곳들과 비교하기도 전에 우리 여성들에게는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일이 버거운 게 아닐까. 이제는 누구도 무엇이든 숨길 수가 없다. 나라의 울타리 안에서 그저 우리의 문화려니 하고 받아들이던 일들이 이제는 나라들 간의 비교가 얼마든지 가능하여 누구나 알게 되었다.

둘러보니, 정반대도 있다. 핀란드의 수상으로 선출된 산나 마린(Sanna Marin)은 34세 청년이다. 여성이면서 젊다. 그가 만든 내각은 구성원 19명 가운데 여성이 열둘이다. 나라의 미래와 정책을 펼쳐가는 분위기와 방향이 느껴지지 않는가. 최근 구성된 영국 하원도 총원 650명 가운데 220명이 여성이라고 한다. 3분의 1을 넘는 숫자가 아닌가. 그 가운데 노동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에는 여성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여성이라는 까닭에 정부가 펼치는 정책과 관련하여 공연히 우울하거나 자괴감에 빠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이처럼 다른 것일까, 이 나라와 저 세상은. 여성들에게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자고 주장할 재간이 우리에게 있는가. 최근에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도 한몫 거든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어느 모임에서 ‘모든 나라에서 여성들이 지도자가 된다면, 우리는 참으로 멋진 세상을 만날’게 아니냐고 물었다. ‘여성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남성보다는 여성이 분명히 낫다’고 단언한 그는 ‘세상이 겪는 문제들은 남성이 권력을 너무 오래 잡고 있어 생겨난다’고까지 하였다. 저런 고백을 하는 남성지도자들이 늘어가면 세상이 더 빠르게 변하지 않을까.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리더십이 검증되면 세상에는 더 많은 여성지도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우리 사회는 여성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갈 것인가.

우리 사회가 거칠다. 막말과 다툼은 일상이 되어버렸고 극한 대립과 양보불가의 구호로 멍들어간다. 불공대천이며 타도필승이다. 이게 정상인가 싶은 대치와 성벽이 늘어만 간다. 나라와 사회가 진정으로 소통하고 화합하며 회복하고 일어서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화합의 정치와 소통의 언론은 보이지 않으며, 선동과 편가르는 일에만 열중할 뿐이다.

여성의 섬세함과 치밀함에 다음 기대를 걸어보면 어떨까. 전통과 문화에 사로잡힌 여성상을 벗고 새로운 지도력으로 옹골차게 다진 여성들을 만나고 싶다. 정책과 소통이 유연해지고 상식과 논리가 통하는 사회가 되려면 여성이 분발하여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