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여야 정치인을 막론하고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찬사는 수도 없이 많다. 우파는 거의 단골로 보수의 성지, 보수의 터전 등으로, 좌파는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 언급한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주 듣다 보니 이제 대구·경북 시도민은 이같은 찬사에 거의 무감각할 정도로 흘러간 옛노래가 됐다. 여야 정치인들도 더 이상 이런 찬사로는 지역을 공략할 수 없음을 느끼지만, 이런 발언들이 종종 들린다.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의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자유한국당에서는 영남권 중진을 비롯한 강남 3구 의원에 대한 물갈이론이 제기됐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이른바 한국당 살생부까지 등장했다는 소문이다. 특히 지역은 30% 인적쇄신을 넘어 최고 50%까지 교체될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 근거로 서울과 수도권에는 인재풀이 거의 없고 유독 영남권에서만 후보자가 넘쳐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이런 논리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3선 이상 영남권 국회의원을 오는 총선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에 원인이 있다. 그동안 정치권은 지역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수의 성지이자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더 이상 대구·경북에서 정치 지도자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소리와 같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수당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내리꽂는데 열중하면서 다선 의원을 배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나마 다선 의원이 된 이들을 향해 이제는 인적쇄신의 대상이 되라고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만일 이들마저 지역에서 사라진다면 다선 국회의원의 몫인 국회의장이나 당 대표 등도 배출할 수 없는 지역으로 전락하게 된다. 결국 한국당은 대구·경북을 먹기에는 너무 양이 적고 버리기에는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과 같은 존재로 보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역민이 불만을 가지는 요소가 되고도 남는다. 결국 한국당의 인적쇄신안은 대구·경북은 상징적인 보수의 성지로 남고 선거때 그냥 표만 주면 된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권 창출을 위해 다잡은 물고기인 대구·경북에는 먹이를 주지 않겠다는 심보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나마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를 한국당이 인적쇄신이라는 말로 포장해 말살하려는 의도로 의심받기에도 충분하다.

인적쇄신을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선택지를 내놓으라는 소리다. 최근과 같은 정치적 홀대를 지역민들은 익히 경험한 바 있고 선거 결과를 통해 철저히 응징해 왔다.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물론이고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홍의락 의원을 탄생시킨 것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지역민들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언급하는 정치적인 기득권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를 키우지 않는 박탈감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다. 최근 한국당의 무작정 영남권 중진 인적쇄신론이 오는 총선에서 가져올 파장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다는 한국당이 오히려 지역을 홀대하는 상황을 시도민이 그냥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