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최근 부산권의 모 대학이 한 세계대학평가기관이 발표한 랭킹에서 동남권 10위에 올랐다는 보도가 큰 주목을 끌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가 최근 공식 발표한 ‘2020 세계대학평가’에 따르면 이 대학은 동남권 10위에 해당하는 대학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반면 이날 발표된 랭킹에서 전통적인 서열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랭킹도 발표됐다. SKY로 대변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순서가 성균관대의 등장으로 크게 흔들렸다. 이번 발표에서는 ‘서고성’이 된 것이라는 보도도 눈길을 끈다. 벌어지는 카이스트와 포스텍의 간격도 화제로 떠올랐다. 이 지역의 자부심인 포스텍의 랭킹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포스텍은 최근 중앙일보 랭킹에서 카이스트를 누르고 국내 1위의 과기대로 등극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 세계랭킹에서는 카이스트가 1위로 랭크된 반면 포스텍은 국내 7위로 랭크되면서 보는이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평가기관마다 들쭉날쭉한 기준과 기준의 비중으로 인해 랭킹은 수시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텍의 이번 결과는 개교 이래 가장 낮은 평가로 무엇이 문제인가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대는 최근 대학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한 ‘제11회 한국대학랭킹포럼(URFK)’을 개최했다. 경북대가 주관하고, 한국대학랭킹포럼이 주최한 이번 포럼은 대학평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내·외 대학 평가 지표 및 방법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학 발전과 경쟁력 향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포럼은 2014년 필자를 비롯한 몇몇 평가 관련 교수들이 모여 만든 포럼이다.

‘연구와 랭킹: 양인가 질인가?’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타임스고등교육(THE), QS코리아, 엘스비어, 네이처 인덱스 등 주요 해외 대학평가기관 관계자와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등 30여 개 주요대학이 참가했다.

대학평가 기관들의 들쭉날쭉한 대학평가 기준의 모순 그리고 이에 따른 상업적인 활동, 관련 보도기관들의 이권관계 등 여러 가지 모순에도 불구하고 대학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당초 URFK의 목표는 “각종 평가지표를 통해 대학을 발전시키고 한국 대학의 경쟁력과 순위를 끌어올리는 동반자 관계”였다. 이 목표는 여전히 숭고한 목표이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대학간의 경쟁은 생존의 경쟁처럼 치열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밀어닥칠 인구감소에 따른 학생 수 하락으로 대학들의 상당수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유학생에 의지해야 하는 국내대학들의 재정과도 관련이 있다. 또 세계의 대학시장이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 통행이라는 대학의 세계시장화와도 맞물려 있다.

상위권이든 하위권이든 이제 한국 대학들은 치열한 환경 속에 쉽지 않은 경쟁에 내던져 지고 있고 이 경쟁에서 어떻게 생존할지는 각 대학의 몫이다. 대학 총장들의 어깨가 무거워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