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이 정치권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황 대표는 20일 오후부터 청와대 앞 분수광장과 국회 본청 앞을 오가면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당 안팎은 물론 정치권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황 대표가 정말 사생결단해야 할 과제는 한국당의 ‘환골탈태 쇄신’이다. 지금 혁신의 기적을 만들어 민심에 바짝 다가가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은 끝내 구제 불능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황 대표의 단식을 놓고 입에 담지 못할 저질 희롱을 섞어 폄하하는 뭇 정치인들의 태도는 야박하기 짝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초보의 조바심”이라고 깎아내렸고, 바른미래당은 “문 대통령에게 쏟아지던 합리적 비판마저 황 대표의 단식으로 관심이 흩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당은 “곡기를 끊지 말고 정치를 끊기를 바란다”고 비아냥댔고, 민주평화당은 “뜬금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까지 나서서 “해방 이후 최초로 일본을 위해 단식” 운운하고 비꼬는 것은 볼썽사납다. 정치인이, 그것도 제1야당 대표가 뜻한 바 있어서 극한투쟁을 선언할 때는 최소한 예의는 갖추면서 진의를 살피는 것이 정도일 텐데, 왜 그렇게 사사건건 그악한 진영대결의 포로놀음인가.

황교안 대표의 단식 투쟁의 진의가 어떻게 승화되어 나타날지 아직은 잘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엄동설한에 제1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은 뭔가 이 나라 정치의 비상식적 현주소를 반영한다. 특히 집권 여당의 거듭된 실정에도 야당의 견제역할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심각하다.

지금 황 대표가 목숨을 걸어야 할 으뜸 과제는 한국당의 ‘거듭남’이다. 실패한 정권세력 ‘친박’의 구각(舊殼)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부터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고름이 살 되는 법 없다’는 옛말은 절대 그르지 않다. 굳이 친박이 아니더라도 실패한 정권에 책임이 있는 세력들은 용단을 내리는 것이 맞다. 시대는 젊고 개혁적인 새로운 신예 보수정치를 부르고 있다. 황 대표가 소아(小我)를 버리고 죽고 살기의 결기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