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이 선정한 최악의 올림픽 개회식이 있습니다. 88년 서울 올림픽이 그 주인공으로 뽑혔다고 하지요. 올림픽 깃발을 게양하면서 비둘기를 날리는 순서가 있었는데 이때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않은 비둘기 몇 마리가 성화대 위에 앉아 있었던 겁니다.

온 인류가 TV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비둘기들은 성화가 점화되는 순간 푸드득 날아오릅니다. 하지만, 거센 불길에 미처 날아오르지 못한 비둘기들이 그대로 통구이가 되어 버리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힙니다. 정부는 국제적으로는 커다란 이슈가 된 이 사건을 절대 보도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하지요.

2018년 8월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평화를 위한 심리학’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인 1천명을 대상으로 ‘평화’라는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단어 3개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검사를 했습니다. 응답자의 21.1%가 비둘기를 떠올립니다. 다음이 17.5%로 통일이었다고 합니다. 나이, 성별, 이념에 따른 차이는 없었습니다.

2011년 서구인 81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평화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단어 중 비둘기는 불과 1%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유와 행복을 가장 많이 떠올렸지요.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교육의 힘이지 않을까요? 서구인보다 24배쯤 더 많이, 더 자주 우리 뇌는 이런 자극에 노출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뇌는 언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덫처럼 곳곳에 누군가 설치한 언어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영혼에 스며듭니다. 어떤 이미지가 구축되면 꼼짝없이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자극-반응의 프레임에 갇혀 버리게 되지요. 깨어있지 않으면 자석에 쇳가루 끌리듯이 우리보다 훨씬 더 강렬한 에너지를 가진 쪽의 의도대로 휘둘리고 말지요. 영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애쓸 일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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