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늦여름의 일입니다. 사오정 시리즈가 대유행하는 것을 보고 대중의 심리 기저에 자신에게 귀 기울여주지 않는 세상의 결핍을 출판사 기획자가 알아챕니다. ‘경청’ 관련 책이 시중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주로 상담을 공부하는 분들이 읽어야 하는 교재들입니다.

대중을 위한 경청 서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결정하지요. “2007년 상반기에는 ‘경청’에 관한 기획서를 출간한다.” 담당 팀을 결정하고, 팀장은 어떤 저자가 이 기획에 어울릴지 고민합니다.

“따르르릉” 제 핸드폰 벨이 울립니다. 2006년 8월이 막 저물어갈 무렵입니다. ‘경청’ 집필에 관한 제안을 받았을 때 놀랐습니다. 왜 하필 나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과연 그 작업을 해 낼 수 있을까? 그동안 펴낸 세 권의 책 중 하나가 팀장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당시 저는 힘든 일이 겹쳐 완전히 번 아웃 상태였습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려 했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 마음속에서 울컥하는 게 있었습니다.

거절의 말 대신에 이런 말이 수화기를 타고 흘러갑니다. “하루만 제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10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 인생 전환점이었습니다. 하루를 지내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 도전해 보자는 의욕이 삐죽 고개를 내밉니다.

출판사 팀장과 식사를 나누면서 베스트 셀러가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 들었습니다. 첫째, 기본적으로 작품이 좋아야 한다. 둘째, 출판사가 그 작품을 전적으로 밀어야 한다. 셋째, 시대의 흐름에 맞아야 한다.

이 세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베스트 셀러가 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1, 2번은 우리가 어찌해 볼 수 있지만 3번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오직 운에 달려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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