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승무원을 포함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헬기 추락 사고의 이면에는 울릉도의 부실한 응급 공공의료 체제의 문제점이 숨겨져 있다. 동해안 연안 어업전진기지인 울릉도 일원에서는 겨울철 성어기로 접어들면 선원들의 안전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지만 인근인 울릉도에는 제대로 된 병원이 없어 그들에 대한 의료구호 활동은 사실상 어렵다. 병력 대체인력인 공중보건의가 있다고 하나 주민과 응급환자 등을 일일이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응급환자 발생 시 중앙 119구조본부나 경북소방본부의 헬기 요청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럴 경우 이번 헬기 추락사고와 같은 불행한 일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도농 복합지역이다. 산간 오지지역도 많다. 그러나 경북지역의 의료수준은 언제나 전국 최하위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경북의 의사 수는 10만명 당 135.2명이다. 전국에서 세종시(86명) 다음으로 가장 적은 숫자다. 수도권에 인접한 세종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전국에서 꼴찌다. 서울(300.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단 울릉도뿐 아니라 경북 도내는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촌지역의 미충족 의료율은 대도시보다 3∼4% 정도가 높다. 미충족 의료율이란 최근 1년 동안 본인이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농촌의 취약한 의료 환경을 대변해 주는 수치다.

인구 대비 의사 수가 많은 서울은 상대적으로 환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의사 수가 적은 농촌지역은 갈 병원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등 도농 간 의료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 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 공공의료 영역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따진다면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의료 취약지역에 대한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보건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도 서두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을 자처하지만 OECD국가 중에서 활동 의사 수는 아직은 하위 수준이다. 헬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의사 수 확대 등 오지의료 체제에 대한 개선점을 빨리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