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Antoine Marie-Roger de Saint-Exupery)는 어린 왕자로 인류의 가슴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입니다. 원래 직업은 전투 비행사였습니다.

2차 대전 중에 전투기를 몰고 나갔다가 실종되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난 영웅이기도 합니다.

생텍쥐페리는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 스페인 내란에 참전해 파시스트들과 싸운 경험도 있습니다. 그때 자신이 겪었던 체험을 단편소설로 써서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작품 제목은 미소(Le Sourire)입니다. 이렇게 시작하지요.

내가 죽게 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했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곤두섰으며 고통을 참을 길이 없었다.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몸 수색 때 발각되지 않은 게 어디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손이 떨려서 그것을 입까지 가져가는 데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이 모두 빼앗아버린 것이다. 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눈과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자와 누가 눈을 마주치려 할 것인가?

나는 그를 불러서 물었다.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주겠소?”

간수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기 위해 걸어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사이, 무심결에 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마주쳤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신경이 곤두서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니까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속에, 두 인간의 영혼 속에 하나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나는 그가 그런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의 미소는 창살을 넘어가 그의 입술에도 미소가 피어나게 했다.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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