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이 여야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수처 설치는 20여년 전인 1998년 처음 추진됐다. 1997년 금융위기, 한보 사태 등으로 정경유착이 ‘사회악’으로 지탄받을 때였다. 당시 여당(새정치국민회의)은 공수처를 ‘부패방지법’의 일부로 여겼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바뀐 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다. 이때의 공수처는 기소권이 없었지만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가 됐다. 당시 야당(한나라당) 의원 30명은 “행정·입법에 이어 사법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결사 반대하고,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도 반발하는 등 갈등 끝에 무산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스폰서검사 논란, 100억원대 수임료 수수사건, 넥슨과의 유착 의혹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검찰개혁론’에 힘이 실렸다. “검찰의 권한이 과도해 생기는 구조적 부패”란 지적이었다. 하지만 “공수처가 검찰개혁에 최선이냐”는 질문엔 여야간 이견이 크다.

필자는 검사출신으로 검찰개혁을 주장하다 조직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국회에 입성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쓴 ‘공수처에 반대하는 이유 3가지’란 글에 공감한다. 그가 든 첫째 이유는 공수처 설치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사법과잉’ ‘검찰과잉’의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특별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두번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다. 일정한 직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를 수사 및 기소하는 공수처는 전세계 어느 국가에도 없는 기관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대한민국 검찰에서 수사권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 바로 개혁이 이뤄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번째 공수처가 일단 설치되면 악용될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검찰 외에 공수처가 있으면 서로 경쟁하면서 국민들에게 봉사할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조직원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역대 정권은 검찰 하나만 가지고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는 데, 공수처라는 권력기관이 하나 더 생기면 전횡을 일삼을 위험성이 커진다.

특히 금 의원이 지적한 세가지 이유 중 필자 역시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보장이 어렵다는 점에서 악용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데 주목한다. 공수처법안에 따르면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은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추천 2인, 야당추천 2인으로 돼 있다. 이러면 야당 추천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위원이 모두 살아있는 권력의 영향 아래 있는 사람들로 봐야 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야당이 분열돼 있는 상황에서는 야당 추천위원 한명은 친여성향의 사람일 수 있다. 결국 공수처장은 대통령의 정치성향에 따라 맞춰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니 권력남용의 위험이 있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권력기관(검찰)의 권한과 힘을 축소하고, 제한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이뤄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