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가는 길
안방 가는 길
  • 등록일 2019.10.17 19:55
  • 게재일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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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 섰는데 젖꼭지 같은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현관을 들어섰는데 무사히 동행한 신발을



벗을까 말까



거실에 쌓인 어둠을 건너야 하는데 밀항하듯



갈까 말까



적막의 길, 근원의 길, 신방(新房)의 길



탄생한 아이들이 깔깔 웃음을 풀어낼 길



걸어서 갈까, 기어서 갈까, 굴러서 갈까

안방에 가면 내 영혼의 껍질과 가죽을 옷걸이에



걸까 말까



외출한 아내가 벗어놓은 머리카락들이 기어다니는



꿈틀거림의 나라에 들어가서



나도 알몸으로 기어다니는 꿈을 꿀까 말까



내가 죽어 저승 갈 때



안방으로 가던 이승의 발걸음이 나의 동행자가



될까 말까



술을 마시고 귀가한 자신의 심리를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술 취한 채 늦게 귀가한 시인은 아내의 잔소리가 두려워 조심조심 거실에 들고, 거실에 쌓인 어둠을 건너 외줄 흔들 다리를 건너 아내가 있는 안방에 드는 것은 마치 저승길을 가는 것쯤으로 전개되는 이 시에서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 땅 남자들의 서글픈 초상을 보는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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