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자극하는 ‘불멸의 맛’·소박한 ‘추억의 맛’
향수를 자극하는 ‘불멸의 맛’·소박한 ‘추억의 맛’
  • 등록일 2019.09.18 20:21
  • 게재일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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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방앗간옆빵집의 식빵.
밀방앗간옆빵집의 식빵.

밀방앗간옆빵집

영천 고경면의 ‘밀방앗간옆빵집’. ‘시골빵집’이다. 소박하고 푸근하다. 들풀 더미 한가운데 오롯이 있다. 진솔하다. 이름이 길다. 외우기도 힘들다. 한 번만 가보면 이 이름이 입에 붙는다. 한적한 시골길에 가건물 같은 빵집이 있다. ‘수요일, 토요일만 빵집 문을 연다’고 써 붙였다. 50m쯤 떨어진 곳에 허름한 건물이 있다. ‘방앗간’이라고 쓰여 있다. 빵집 부근에 밭이 있다. 빵집 주인 유정재 씨가 농사를 짓는 6천 평 밀밭이다. 직접 농사짓는 밀밭, 전용 방앗간, 빵집. ‘밀방앗간옆빵집’이다.

만나기 전날. 전화로 ‘잠깐 인터뷰’를 요청했다. 펄쩍 뛰었다. 절대 인터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언젠가 자그맣게 인터뷰했더니, 다음 날부터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섭외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일을 못 했다”고 했다. 2015년께, ‘먹거리X파일_착한빵집’에 잠깐 등장했다. 두어 달 고생했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손님이 밀려들었다.

빵에 대한 호기심은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다. 막연하게 ‘내 빵’을 구워보고 싶다는 생각. 도회지 생활을 접고, 고향 영천으로 왔을 무렵에도 그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빵은 밀가루로 빚는다. 밀가루는 밀이다. 밀을 기르기로 했다. 국산 밀 품종은 다양하지 않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밀 품종을 여럿 살폈다. 빵 만들기에 좋은 품종을 찾는 일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최근에는 이모작 밭을 밀 일모작으로 바꾸었다. 밀은 지력을 거칠게 빨아들인다. 어차피 밀 농사 짓기에 좋은 곳은 아니다. 남쪽 땅이라면 10t 정도의 밀이 생산되었을 것이다. 일 년에 겨우 7~8t 정도 수확한다. 그나마 일모작이니 요만큼이라도 가능하다. 일 년 내내 밭에 매여 있기도 힘들다. 추가로 인력을 쏟을 일도 아니다. 일 년 농사지은 밀을 저온 보관한다. 필요한 만큼 꺼내서 방앗간에서 제분한 다음 바로 빵을 만든다. 저온창고 보관, 제분, 제빵의 시간이 짧다. 밀의 맛과 향기를 살린다. 당일 만든 빵은 당일 판다. 하루를 넘기는 빵은 없다. 어차피 수, 토요일만 문을 연다.

어린 시절 먹었던 빵, 밀가루의 맛과 냄새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향과 맛을 찾아서 빵을 만든다. 시간, 열, 습도와의 싸움이다. 수입 밀가루는 많은 첨가제를 넣는다. 쉽게, 모양이 그럴 듯한 빵을 얻을 수 있다. 향과 맛이 다르다. 대부분 빵은 다디달다. 밀가루의 풋내와 거친 신 냄새는 없다.

개량제는 빵의 모양을 일정하게 잡아준다. 빵의 결과 기공(氣孔)을 일정하게, 예쁜 모양새를 만든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난 후, 속이 쓰린 것은 반드시 글루텐 탓만은 아니다. 개량제, 식용 허가를 받았으니 대부분의 빵집에서 사용한다. 맛, 향에 긍정적이지는 않다. 보기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서다. 밀가루를 먹고 난 후, 속이 쓰린 것은 ‘지나친 개량제’ 때문이 아닐까, 라고 의심하는 이들도 많다. 가능하면 개량제를 전혀 넣지 않은 빵을 만들고 싶다. ‘밀방앗간옆빵집’에선 ‘개량제’를 소량만 쓴다.

밀방앗간옆빵집은 바게트(baguette)와 크루아상(croissant), 식빵 등을 중심으로 대여섯 가지의 빵을 내놓고 있다. 바게트는 ‘서민의 빵’, 크루아상은 ‘귀족의 아침 식사’다. 바게트는 밀가루, 물, 소금, 효모로 만든다. 귀한 치즈를 더하면 크루아상이 된다. 만드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크루아상이 더 힘들다. 밀대로 일일이 밀어서 얇은 밀가루 반죽 사이사이에 치즈를 넣어야 한다. 둘 다 달지 않다. ‘식사용 빵’이다. ‘밀방앗간옆빵집’의 바게트는 재미있다. ‘겉 딱딱, 속 촉촉’이 아니다. 겉, 속이 모두 부드럽다. ‘손님’들이 딱딱한 바게트보다 겉이 부드러운 걸 원한다. 겉이 빵처럼 부드럽다. 빵 반죽으로 바게트를 만든다.

바깥세상은 다르다. 일본을 통해서 받아들인 ‘과자 같은 빵’이 대세다. 달다. 단맛이 강한 ‘일본 빵’ 사이에서 즐겁게 ‘식사용 우리 밀 빵’을 만들고 있다.

밀방앗간옆빵집의 차림표.
밀방앗간옆빵집의 차림표.

6월에 밀을 수확했다. 9월, 밭은 온통 잡초다. 밀밭을 보고 싶었지만, 내년으로 미뤄야 한다. 그동안은 대표 유정재 씨의 빵 만드는 솜씨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견뎌야 한다. 빵을 사려면 바지런을 떨어야 한다. 토요일에는 오전 중에 대부분 빵이 다 팔린다.

소시지 등을 내놓는 ‘델리(DELI)’를 구상하고 있다. 혼자 하기는 벅차다. 아들이 둘. 둘째가 빵에 관심이 있다. 지켜보고 있다.

‘밀방앗간옆빵집’ 취재 후, 한 번 더 가봤다

빵을 좋아한다. ‘밀방앗간옆빵집’을 취재하던 날, 빵 두어 종류를 집어왔다. 몇 천원 빵값을 지불했더니, 한두 종류를 덤으로 주었다. 이 빵이 남질 않았다. 돌아오는 도중, 만나는 이마다 “맛있다”고 집어 먹었다. 결국 다 털렸다. 맛은 봤지만, 냉동실에 넣어둘 빵이 없었다. 다음 주에 다시 갔다. 빵을 사러.

미처 물어보지 못한 궁금한 부분도 있었다. 효모.

몇 해 전부터 ‘천연발효종(天然醱酵種)’이 널리 유행한다. 천연발효종은, ‘천연+발효+종’이다. ‘자연에서 구한 효모의 씨앗’이다.

빵을 만들 때 천연발효종, 베이킹파우더, 이스트(YEAST, 건조효모) 등을 사용했고, 또 지금도 사용한다. 이스트는 말 그대로 건조 효모, 효모를 말린 것이다. 정확하게는 건조이스트다. 운반, 보관, 사용이 비교적 편하다. 천연발효종은, 효모 씨앗을 구해서 자체적으로 배양한 것이다. 장점도 많지만, “가장 좋은 빵을 만드는 조건”은 아니다.

두 번째 빵집에 들르던 날(사실 문이 닫혀있던 날을 포함하면 세 번째다), 대뜸 발효제, 효모에 대해서 물었다.

“여러 가지 써봤는데, 저한테는 세미드라이가 제일 맞더라고요.”

세미드라이 이스트(SEMI DRY YEAST)는 ‘반 건조 이스트’ 쯤 된다. 냉동 보관이 가능하고, 발효시키는 힘도 비교적 좋다. 잘 부풀지 않는 우리 밀에 사용하기에도 좋다. 매일 문을 열고 여러 종류, 많은 빵을 만드는 집이 아니다. 천연발효종의 경우 보관도 문제다. 세미드라이 이스트는 유 대표의 빵 만드는 과정이 ‘실용적’임을 보여준다. ‘밀방앗간옆빵집’에 최적화된 효모다.

밀방앗간옆빵집의 크루아상.
밀방앗간옆빵집의 크루아상.

유 대표는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했다. 과학적인 데이터로 움직인다. 빵 만드는 것을 보면, 과학적이면서 때로는 ‘미련’해보인다. 밀을 직접 재배, 제분한다. 밀가루는, 우리 밀의 경우라도, 사서 쓸 수도 있다. 굳이 밀을 재배하고 제분한다. ‘미련’이다. 하지만 바탕에는 심지 깊은 생각이 있다. 빵의 기본은 밀, 밀가루다. 품종을 바꾸면서 여러 밀 종류를 재배하는 것은, “내 손에 맞는 밀가루를 쓰겠다”는 고집 때문이다. 힘들지만 밀 재배, 자체 제분기 사용을 고집한다. 덕분에 빵집은 ‘일주일에 두 번 문을 연다’.

크루아상(croissant) 등은 몇 년 빵을 만든 후, 스스로 개발한 것이다. 단면을 잘라보면 잘 만든 빵이 어떤 건지 바로 구별할 수 있다. 사용한 발효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빵 만들기 힘든 우리 밀로 빵의 결, 기공을 제대로 만들어내기 힘들다. 잘 만든 빵이다. 유 대표도 초기 ‘벽돌같이 딱딱한 빵’을 만들었다. 실패작이었다.

‘취재’ 덕분에 ‘방앗간’의 제분기도 돌아봤다. 몇몇 제분 공장을 가본 후, 구입한 장비다. 제분기를 보고 난 후, “이 빵집에서는 통밀빵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밀은 밀의 겉껍질을 살린 것이다. 까칠한 바깥 껍질을 벗기면, 마치 현미 같은, 통밀이 나온다. 다시 껍질을 벗기고 갈아내면 흰 밀가루가 된다. 통밀빵은 거칠다. 구수한 맛은 일반 빵과 다르다. ‘나만의 방앗간’이다. 입자 굵기 조정, 겉껍질 제분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방앗간’부터 들르는 이유다.

유제품, 육류가공품도 내놓는 ‘델리(DELI)’를 꿈꾼다. 유 대표가 ‘밀방앗간옆델리’를 만들 때까지 꾸준히 가볼 참이다.
 

갓바위양조장.
갓바위양조장.

갓바위양조장

갓바위양조장은 우리와 친숙한 막걸리, 약주, 탁주, 청주 등을 만드는 곳이다. 증류주도 선보이고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업력도 제법 길다. 이현준 대표가 20여 년 전에 양조장을 시작했다. 오래된 양조장의 경우, 별다른 변화 없이 술을 빚는다. ‘변화’는 자주 망가진다. 때로는 ‘발전’ 혹은 ‘진화’다. 이현준 대표는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다. 때로는 망가지고 더러 발전, 진화하고 있다. 스스로 문제를 찾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다. “20년쯤 하고 나니 이제 겨우 술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긴 세월 동안 묵묵히 여러 가지 실험, 시험을 해봤다. 2010년에 이미 HACCP 인증을 받았다.

갓바위양조장의 다양한 술들.
갓바위양조장의 다양한 술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다. 알코올 도수 6~8도부터 12도, 18도까지 만든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도 만든다. ‘홍국’은 재미있는 술이다. ‘붉은 누룩’이 ‘홍국(紅麴)’이다. 사전에는 ‘약주를 담그는데 사용하는 누룩’이라고 설명한다. 술 색깔도 붉다. 특이하다. 보편적인 술과는 맛, 향, 색깔이 다르다. “한국에서도 이 정도 술, 이런 막걸리를 내놓는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외국 진출도 시도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고도리와이너리의 와인들.
고도리와이너리의 와인들.

고도리와이너리

‘고도리와이너리’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와이너리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 견학, 체험학습을 오는 이들도 많다. 최봉학 대표가 와인을 만드는 재료, 포도를 직접 재배한다. 생포도도 시장에 내놓는다. 한국의 ‘국산 와인 시장’은 작다. 와인으로만 와이너리를 운영하기는 벅차다. 거봉 등 생포도를 내놓으면서 그나마 숨통이 틘다.

와인의 라인업이 다채롭다. 레드를 비롯하여,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등을 내놓는다. 증류주도 있다. 국내 와인 제조, 마케팅은 이제 ‘시작’ 수준이다. 그 선두에 ‘고도리와이너리’가 있다. 레드와인 보다는 화이트와인이 많다. ‘고도리’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있다. 주소가 영천시 고경면 고도리다.
 

포항할매곰탕.
포항할매곰탕.

가 볼 만한 맛집 8곳

전국구로 유명한 맛집은 공설시장 안 ‘포항할매곰탕’ ‘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 ‘편대장영화식당’ 등이다.

‘포항할매곰탕’은 업력이 긴 곰탕전문점이다. 서민의 음식. 시장통에서 상인, 손님들에게 꾸준한 맛으로 인정받았다. 가게 앞에 큰 솥이 걸려 있고 내부는 의외로 아주 작다. 국물 맛이 깊고, 고기 양도 제법 넉넉하다.

‘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
‘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

‘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다. 인근에 금호강이 있다. ‘고디’는 다슬기의 이 지역 사투리다. 인근에서 채취한 ‘고디’를 공급하는 이들이 있다. 실내는 허름하지만 음식은 꾸준히 수준급이다. 추어탕은 ‘갈추’로 남쪽 농경지역 방식이다.

‘시골추어탕’
‘시골추어탕’

‘시골추어탕’. 재미있는 집이다. 영천 토박이들은 잘 아는 집이다. 봉놋방 스타일에 테이블이 대여섯 개 정도, 작고 소박한 집이다, 인터넷에도 포스팅이 없다. 음식은 수준급이다. 얼갈이배추, 청방배추를 고집하지 않고 배추의 여린 잎을 골라서 사용한다. 양념, 반찬 모두 깔끔하다. 미꾸라지는 인근에서 채취한 것을 구해 쓴다. 아주 곱게 갈아서, 추어탕이라는 느낌이 없다. 준비해둔 물량이 소진될 경우, 못 먹는다.

‘청정석쇠촌’
‘청정석쇠촌’

‘청정석쇠촌’은 된장찌개에 돼지고기를 석쇠구이 스타일, 두루치기 스타일로 더한다. 고기의 양념이 과하지 않은 것이 장점. 혼밥도 가능하다. ‘석장밥’을 추천한다.

‘한그릇의만족’
‘한그릇의만족’

영천읍내 ‘한그릇의만족’은 돼지고기, 순대전문점이다. 가게 입구에 큰 가마솥이 걸려 있다. 장작으로 고기, 순대를 삶아내는 가마솥이다. 주인이 주방 일을 하면서 종일 불을 살핀다.

편대장영화식당
편대장영화식당

고깃집으로는 ‘편대장영화식당’과 ‘화평대군’이 유명하다.

‘화평대군’
‘화평대군’
‘하눅’
‘하눅’

영천버스터미널에는 호밀빵을 파는 빵집이 있다. (주)하눅은 호밀 전문 회사다. 이 회사에서 만든 호밀빵, 호밀 선식 등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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