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학교를 아십니까? 대구교대 특수교육과 권택환 교수가 지난 2013년 3월 1일 시작한 신통방통한 학교입니다. 이 학교에는 다섯 가지가 없습니다.

1. 건물 2. 교사 3. 교재 4. 시험 5. 시간표.

맨발 학교의 수업은 운동장, 산, 바닷가 모래사장 등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학교의 수업은 새벽, 한밤중, 낮, 저녁을 가리지 않습니다. 맨발로 걷는 것이 수업이니까요.

‘진리는 단순하고 실력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작고 단순한 것도 꾸준히 하는 사람이 행복을 잡는다’가 맨발 학교 교훈입니다.

권택환 교수가 맨발 학교를 시작한 계기는 한 권의 책을 읽은 후입니다. 세계 지적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진호군의 어머니가 쓴 ‘자폐아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라는 책이지요. 김진호군이 맨발 걷기로 자폐를 극복한 것을 깨닫습니다. 그 책에서 발견한 한 문장이 권택환 교수의 뇌리에 번개처럼 번쩍입니다. “아프리카에는 자폐아가 없다.”

권택환 교장은 말합니다. “교육부에서 일할 때, 한국의 자폐성 아동이 매년 1천명씩 급증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갖는 10개 장애 유형 중에 과거 7위였던 자폐가 지금은 2위까지 올랐습니다. 미국은 자폐 발병률이 68명 중 한 명입니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 많아요. 유럽은 미국과는 달리 자폐 아동이 적습니다. 어려서부터 흙과 교감하는 교육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죠. 흙 속의 무해 박테리아와 접촉하면서 몸의 면역력이 길러지고 몸속의 유해 전자파를 흙이 흡수합니다. 이런 과정을 어싱(earthing)이라고 합니다.”

정현종 시인은 ‘한 숟가락 흙 속에’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한 숟가락 흙 속에 / 미생물이 1억5천만 마리래! / 왜 아니겠는가, 흙 한 술, / 삼천대천세계가 거기인 것을! / 알겠네 내가 더러 개미도 밟으며 흙길을 갈 때 / 발바닥에 기막히게 오는 그 탄력이 실은 /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이 밀어 올리는 / 바로 그 힘이었다는걸!”

아인슈타인이 연구소 근처를 맨발로 걷다가 상대성 이론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일화는 우연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양말, 신발, 아스팔트로 겹겹이 우리의 몸은 흙과 차단되어 있지요. 그 차단을 훌훌 벗어버리고 자연과 교감하는 맨발 걷기는 실로 혁명입니다. 태어날 때 부여받은 맨발로 한 숟가락에 1억5천만 마리 미생물이 꿈틀거리는 맨땅을 밟는 일. 가족과 함께 안전한 곳에서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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