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삶을 건 내기
15년 삶을 건 내기
  • 등록일 2019.08.18 20:09
  • 게재일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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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 홀로 있는 변호사는 결국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하죠. 첫해에는 가벼운 소설들을 읽습니다. 2년차에 접어들면서 고전을 읽기 시작합니다. 5년째에는 다시 피아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입에 대지 않던 와인을 요청합니다. 6년 반이 흐르자 그는 외국어와 철학, 역사를 공부합니다. 10년이 지나자 변호사는 일 년 내내 신약 성서만을 읽습니다. 마지막 2년 동안 그는 온갖 종류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습니다. 자연과학, 고전문학, 화학, 의학, 심리학, 생리학, 천문학, 물리학, 역사 등 인간 지성이 닿을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책을 섭렵합니다.

그사이 은행가는 부주의로 인해 재산을 거의 날립니다. 15년이 다가오자 초조해진 은행가는 마감 하루 전에 변호사를 죽이고 200만 루불의 채무에서 벗어날 흉계를 꾸밉니다. 감시자의 눈을 피해 조용히 변호사의 방에 잠입한 은행가는 뼈만 남은 채 앙상하게 말라 꼼짝 않고 책상 앞에 앉아 잠들어 있는 그를 발견합니다. 훅 불면 날아갈 듯 가벼운 변호사를 침대에 옮긴 후 베개로 눌러 살해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보입니다. 범행을 저지르려는 순간 은행가는 책상 앞에 놓인 작은 쪽지 하나를 발견하지요.

“내일 정오가 되면 나는 자유다. 그러나 나는 마감 5분 전에 이곳을 떠날 것이다. 지난 15년의 시간을 통해 나는 당신들이 추구하는 물질적 세계의 모든 것을 경멸하게 되었다. 나는 내 삶의 가치관이 완전히 바뀐 것을 입증하기 위해 200만 루블을 내 자유 의지로 포기함으로써 증명해 보이련다.”

15년 책 읽기를 통해 변호사는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은행가는 눈물 흘리며 그의 이마에 키스하고 그곳을 빠져나갑니다. 변호사가 남긴 쪽지 내용은 안톤 체호프의 명문장으로 가득합니다.

15년간 나는 세상과 삶에 대해 열정적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비록 땅이나 사람을 직접 느끼지는 못했지만, 당신이 준 책들을 통해 나는 향기로운 와인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숲에서 사슴과 멧돼지를 사냥했으며 여인들을 사랑했습니다.

시와 천재적인 영감의 마술에 의해 창조된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구름처럼 신비롭고 영묘했으며 밤마다 나를 찾아와서 정신을 자극하는 놀라운 이야기들을 내 귀에 들려주었습니다. 책을 통해 나는 엘부르스 산맥과 몽블랑 산을 올랐으며 거기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저녁에는 태양이 황금색과 진홍색으로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봉우리를 뒤덮는 것을 감상했습니다. (내일 편지에 계속)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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