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진 규
바알간 초록시금치 밑둥
아침 산책 나온
바알간 오리발 맨발
채마밭을 지나
바알간 볼의 소년이
새 운동화를 신고
읍내
학교로 간다
도시락이 따뜻하다
아직은
미워할 수 없는 게
더 많다
아직은
바알간 속살로
기다리고 있는 게 더 많다
시인이 고향에 가서 받은 느낌을 그려내고 있다. 바알간 초록 시금치와 오리들의 맨발, 바알간 볼의 소년이 새 운동화를 신고 읍내 학교로 가는 풍경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어쩌면 그 소년이 그 옛날 자신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소년에게서 희망의 빛살을 보는 백발의 시인은 자기 자신이 새 운동화를 신고 학교로 가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만히 웃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