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황교안, 사실 왜곡·국민 호도 유감천만한 일”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 합의’ 노영민, 거짓말 늪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해법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상호 비방전으로 번지고 있다. 여야가 서로에 대해 막말을 주고받는가 하면 주요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둘러싼 ‘꼬투리 잡기’식 비판도 줄을 이었다.

민주당은 8일 제1야당 지도부의 최근 발언들을 일제히 문제삼으며 대야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색깔론 발언과 막말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려는 전국민적 단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한일 경제전에 임하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자세가 색깔론에 입각해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호도해 경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라면 매우 유감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황 대표가 해외 경제학자 발언과 투자회사의 보고서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황 대표는 전날 당 회의에서 “미국 경제학자인 아서 래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멍청한 이론’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내놨다”며 “글로벌 투자분석회사인 CLSA가 문재인 정부의 반자본주의 정책으로 한국 자본주의가 붕괴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정부의 일본 경제침략 대처 방안을 두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신(新)쇄국주의’라는 얼토당토않은 억지를 편 것도 모자라 황 대표는 대통령을 향해 ‘벙어리’, ‘멍청하다’ 등 용납할 수 없는 막말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윤 부의장은 이어 “최악의 망언으로, 즉각 해당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에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일본 경제보복 국면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외교 역사상 이렇게 4강 외교가 모두 무너져버린 사례는 제 기억에 단 한 차례도 없었는데도 이 정권은 대한민국을 더욱 고립시키는 ‘셀프 왕따’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며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를 촉구했다. 황 대표는 이어 “결국 이 정권의 반시장·반기업·친귀족노조 정책과 무분별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 대한민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정부 협상안과 관련해 ‘강제징용 피해자와의 합의’ 발언을 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연일 겨냥했다.

이에 앞서 노 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에 ‘1+1(한일 기업공동기금 조성)안’을 제시할 당시 정부와 피해자들의 사전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노 실장이) 거짓말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강제징용 피해자 법률대리인은 물론 피해자들도 그러한 합의가 없었다고 하는 데,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국민과 반일 정서에 기대 ‘아무말 대잔치’나 벌이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일 정서가 격앙되면서 서로의 꼬투리를 잡는 비방전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 일본’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 여야는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과 한국당을 뺀 야 3당은 전날 일제히 논평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본심이 우러난 발언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비판했고, 한국당은 습관적 표현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한다고 옹호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제1야당의 말꼬리 잡기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일본의 ‘백색국가’배제 결정 당일(2일) 일식집에서 반주를 곁들인 오찬을 한 것을 두고 벌어진 ‘사케 논란’ 역시 이같은 꼬투리 잡기식 공방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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