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해 건립 예정 공공임대주택
추경 국비 333억 확보했지만
현행법·지진특별법 어디에도
우선입주 가능하단 근거 없어
2천200여명 안식처 없어질 판
관련조항 신설 등 시급한 실정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과한 ‘지진피해 주민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지진 피해자가 임대주택에 우선으로 입주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을뿐더러 ‘포항지진특별법’(안)에도 관련 조항이 전혀 없어 이재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올해 추경 예산에 지진피해 주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립 사업비로 333억원이 반영됐다. 사업은 확보한 국비에 시·도비를 매칭해 진행되는데, 총 사업 금액은 용역 등을 거쳐 정해지게 된다. 시는 당초 임대주택 1천 세대를 건설할 계획으로 1천억원의 국비를 신청했으나,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되면서 규모를 350세대 수준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임대주택은 포항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흥해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며, 이 밖에 세부적인 사항은 용역 등이 진행되지 않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사업이 추경을 통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진 후 거주 불가능 판정을 받고 LH 국민임대주택으로 이주한 이재민을 비롯해 포항흥해실내체육관(지진 임시 구호소) 이재민들은 안식처가 마련될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이재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고자 추진되는 이번 사업이 정작 지진피해 이재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이름만 지진피해 주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립 사업일 뿐, 지진피해 주민들이 입주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는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관련법이 개정되거나 포항지진특별법(안), 조례 등에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

지역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임대주택법으로 보면 소득분위 등의 일정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 관련 법이나 조례가 제정되지 않는 한 이번 추경에 반영돼 건설되는 임대주택도 LH 등이 일반분양하는 공공임대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도 포항지역 공공임대주택은 500세대 이상이 공실인데, 지진피해 주민들만의 임대주택이 아니라면 굳이 국비와 시도비를 들여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에 대한 이재민들의 열망은 높다. 포항지진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은 살던 집이 전파(671곳)와 반파(285곳) 피해를 입고 거주 불가능 판정을 받아 LH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2천30명과, 구호소 생활 중인 208명 등이다. 임대주택 생활을 하는 약 600가구는 올 연말 계약이 만기 될 예정이다. 재계약을 할 수는 있지만, 실사와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집을 비워야 할 수도 있어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다. 지진 후 진행된 건물 안전진단에서 소파(小破) 판정을 받아 공공임대주택 이주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해 구호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에게 임대주택은 마지막 희망이다. 지난 5일 열린 ‘구호소 실거주자 이주 대책 주민설명회’에서 이주 대상자 선정방법을 두고도 갈등이 이는 등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거주 관련 대책은 가장 민감한 문제다.

이재민들은 한목소리로 국회에 계류 중인 포항지진특별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고, 세부조항으로 지진피해자들이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진으로 살던 집이 전파돼 LH 임대주택에 입주한 박모(65)씨는 “오는 12월에 임대주택 계약이 끝나는데, 확인해보니 소득수준 기준에서 조금 벗어나 재계약이 힘들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지진피해보상금으로는 집을 옮길 형편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진으로 집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우선권을 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지만, 공공임대주택이 완공되기 전까지 지진피해주민은 소득분위 기준을 벗어나도 입주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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