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4반세기 전인 1994년 포스텍에 최고경영자과정이 설립되었다. 이름하여 팸팁(PAMTIP: Postech Advanced Management of Technology and Innovation Program)이라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그냥 AMP라고 부르는 과정을 포스텍의 특징에 맞게 ‘기술과 혁신’(Technology & Innovation) 이라는 글자를 넣어 차별화시켰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과정(최경과정)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고위공무원,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 비학위 교육과정인데, 포스텍은 ‘기술과 혁신’에 특화시키면서 출발부터 차별화와 특화를 꾀하였다. 이 과정을 만들기 위해 거의 1년간 포항, 경주, 울산 지역의 기업체를 방문하여 수요를 조사하고 계획서를 만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포스텍의 분위기는 “연구중심 대학인 포스텍이 과연 최경과정을 만드는 것이 적절한가?”였고 그래서 다소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했다.

그런데 포스텍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MIT 공대 같은 곳은 최경과정이 여러 개 있다. 보스턴 지역의 각종 기업들과 공무원들을 위한 계속교육(Continuing Education) 과정인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수혈받고 산학협력을 도모하고 그들만의 정보교환 등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대학에서 정·재계 가교 역할을 하던 최경과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지역대학은 물론 서울 주요대학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과정 운영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고 한다.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과 불황시대에 비싼 등록금도 최고위과정 입학생이 줄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시행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일부 유수 대학들의 20∼30년 전통을 가진 최경과정이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유수대학인 K대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은 지난해 2학기를 끝으로 최고위정보통신과정(ICP)을 아예 폐지했다고 한다. ICP는 1996년 개설돼 2천500여 명의 동문을 배출한 전통 깊은 최고위과정이고 전 교육부 장관과 주요 그룹회장 및 국회의원 등이 수료한 과정이었다고 한다.

Y대, S대 등 유수대학들의 언론대학원 최경과정, 교육대학원 최경과정 등이 최근 폐지되었다고, 형편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최근 개설된 대학들의 최경과정도 입학생 문제로 고전하면서 6개월 과정을 1년으로 늘리며 여러 변화를 모색한다고 한다고 한다.

최경과정은 한때 사회 지도층의 학업과 인맥, 일석이조의 혜택으로 공무원과 중소기업 및 대기업의 임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그러한 이유들로 인해 매우 고전한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1994년 3월 개강보다 한 달 늦은 4월초 팸팁은 문을 열었다. 필자가 창설 주임교수였지만 이후 여러 교수들과 스태프들이 수고를 많이 하여 포스텍의 팸팁은 4반세기를 착실히 운영되고 있고 이 지역의 기업인 공무원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함께 정보교환의 네트워크 장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기술과 혁신에 중점을 둔 차별화 된 프로그램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의 자랑인 초일류 대학 포스텍과 함께 한다는 프라이드도 있다. 이러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교수, 직원들의 노력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최고위 과정이 여러 사정으로 어려움이 있어도 진정한 최고위 과정의 목표를 추구한다면 일반 기업인,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에게 매우 주요한 과정이다.

창설된 그해 5월초 강연을 약속했던 김호길 초대 총장은 끝내 팸팁에서 강연을 하지 못하고 4월 30일 사고로 타계하셨다. 그 아쉬움은 오늘날 팸팁의 성공과 함께 깊게 투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