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미국으로 발령을 받아 늙은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가고자 했지만, 어머님은 한사코 거부합니다. 아들 내외에게 짐이 될까 염려한 거지요. 어쩔 수 없이 아들 가족만 미국으로 건너가고 할머니는 혼자 살아갑니다. 할머니는 갈수록 기력이 떨어지고 표정도 어둡습니다. 동네에서 폐지를 주워 겨우 생계를 유지합니다. 미국에 잘 사는 아들이 있다는 것은 동네 사람들 모두 잘 아는 사실입니다. “아들한테서는 소식 없어요?”

동네 사람들은 할머니의 궁핍한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아들의 불효막심한 행동에 분노합니다. 할머니는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동네 사람들의 심사가 뒤틀린 것을 알고 변호하지요. “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꼭 편지를 보내온다우. 가끔 그림도 보내줘서 아들이 그리울 적마다 편지와 그림을 보면서 지내요.”

추운 겨울날 할머니가 안 보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할머니 집에 찾아갑니다. 이상한 예감에 방문을 뜯고 들어가 보니 할머니는 단정한 모습으로 잠을 자듯 숨져 있었습니다. 미국 아들의 연락처를 찾느라 방을 뒤지던 동네 사람들은 벽 한쪽 구석에 붙어 있는 몇 장의 작은 그림을 발견합니다. “저것 좀 보세요!”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거기에는 1만 달러 수표 몇 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영어를 모르는 할머니는 수표가 지닌 가치를 모른 채 아들이 자신에게 보낸 그림인 줄로만 생각했던 겁니다. 소중한 것을 전해주어도 가치를 알지 못하는 이에게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해 주는 우화입니다. 고전은 산삼과 같다고 말합니다. 길게는 2천500년, 짧게는 100년 이상 생명을 유지한 고전이 클래식 북스 서가마다 즐비합니다. 책 한 권에는 평균 3억~4억 원 정도 지적 자산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들이 삶에서 배운 지식을 책으로 바꾸어 놓은 것을 나름 환산한 것이지요. 3억 원 정도 되는 지적 자본을 불과 1만5천원 정도로 살 수 있으니, 책을 사서 읽는 행위는 남는 장사라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고전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3억에 0을 몇 개 더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의 열혈 팬이었습니다. 그가 소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는 것밖에는 없었겠지요. 오늘날의 애플을 있게 한 것은 플라톤의 저작물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소크라테스와 한 끼 식사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전 재산을 바칠 용의가 있다.” (내일 편지에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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