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발전하고 있어 인지하지 못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폭발적인 속도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기술력의 임계점. 그것이 싱귤레러티(singularity)의 특이점입니다.

특이점에 거의 도달해 세상을 뒤흔들 몇 가지가 있습니다. AI의 비약적인 발전과 로봇의 결합입니다. 중국에서는 6만 명 이상 모인 대형 콘서트홀에 설치한 CCTV 화면을 AI가 분석해 범죄 용의자를 체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인공지능 카메라가 수강생들의 표정 변화를 포착합니다. 졸린 눈, 하품 횟수, 반짝이는 눈빛, 대화와 토론의 빈도, 질문 횟수 등 수업 참여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응하는지를 실시간 계량화합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중국에 수십만 개 무인 레스토랑을 오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AI와 로봇 시스템의 결합이 우리 사회에 던질 충격을 예고하는 대목이죠. 신선한 채소와 야채, 음식재료의 공급과 관리부터 조리 전 과정, 서빙과 계산까지 사람 한 명 필요 없는 무인 식당은 사업화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생명공학의 특이점은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합니다. 유전자 가위질 기술이 유전자 정보들을 편집해 복사, 붙이기를 하기 시작하면 불치병들을 상당수 원천 봉쇄할 겁니다.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암 확률 87%인 유전자 보유자입니다. 이 사실을 검사로 알아내고 암 발생 확률을 0.5% 아래로 떨어뜨렸습니다. 누구든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런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혁명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은 이제 인공 장기까지 인쇄해 내는 기술적 단계로 발전했습니다. 조만간 인체 장기들을 브랜드를 달고 병원마다 전시 판매하는 일들도 눈앞에 펼쳐질지 모릅니다.

“심장은 LG 게 좋대, 역시 폐는 삼성이지, 간은 SK 아닐까?”

이런 대화를 주고받을지도 모르지요. 공상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놀라운 이야기들이 눈앞에 현실로 매일 나타나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빠르고 넓고 강력하게 삶을 뒤흔들 게 분명합니다. 기득권층은 이런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 대중들의 고삐를 더 쥐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려 하겠지요.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하지요.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가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내가 나답게 바로 서고 풍요롭고 향기로운 인격을 갖추는 일이야말로 급변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대책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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