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 탄소섬유 생산업체들
日 보복 가시화에 돌파구 없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구미공단 소재 탄소섬유 생산업체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으나 뚜렷한 돌파구도 없는 상태로 드러났다.

일본이 다음 달 2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탄소섬유와 공작기계도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탄소섬유 수출을 규제할 경우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미시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의 경우 탄소섬유에 투자한지가 40년이 넘었으나 한국은 아직 20년이 채 안돼 기술력 차이가 있고, 수입국 다변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일본이 세계 시장 점유율이 66%에 이르는 데다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 수입할 경우 운반비 차이도 만만치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구미산단에는 50여개의 탄소 관련 기업들이 가동중이다.이 가운데 한국도레이첨단소재와 효성이 가장 큰 기업으로 꼽힌다.

일본 도레이사의 자회사인 한국도레이첨단소재는 핵심 중간재인 프리커서(원료섬유)를 일본에서 들여와 탄화(炭化)해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5천여t의 탄소섬유를 생산한다. 한국도레이사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를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의 프리커서를 미리 확보하고, 프랑스 소재 도레이 자회사로부터 프리커서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도레이사의 탄소섬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에서 프리커서를 들여올 경우 운반비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효성은 미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어 이번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직접 피해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탄소섬유의 시장 경쟁력이 아직 일본 탄소섬유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소연료탱크 제조 등에 쓰이는 탄소섬유는 도레이, 데이진, 미쓰비시케미컬 등 일본 기업 3사가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66%에 이른다. 국내 탄소섬유도 일본 제품에 견줘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고탄성 제품은 아직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탄소산업 전반에 걸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달호 구미상공회의소 조사부장은 “일본의 탄소섬유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이라면 크게 부품소재 국산화와 수입국 다변화를 꼽을 수 있으나 이 두가지 방법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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