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한국전력이 지난해 1조1천745억원의 순손실을 피하는 것은 물론 5천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적자는 연료비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탈원전’과는 무관하다”는 억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섣부른 ‘탈원전’ 정책이 몰고 온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밖에 길이 없다니 더욱 기막힐 노릇이다. 이 엄청난 사태를 누가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 것인가.

한전이 최근 윤한홍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10년간 발전원별 전력 구입 실적’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전의 액화천연가스(LNG) 전력 구입량은 15만473GWh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11만8천552GWh)보다 27% 늘었다. 반면 원전 전력 구입량은 같은 기간 17.7% 줄었다. 반면에 작년 기준 LNG 전력 구입 단가는 ㎾h당 122.62원으로 원전(62.18원)의 두 배에 달했다. 한전이 지난해 원전 전력 구입량을 2016년 수준으로 유지했다면 1조6천496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다. 1조 원대 순손실이 아니라 4천751억 원의 순이익을 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우선 “원전 이용률이 떨어진 것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정비 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전 정비일수는 2016년 1769일에서 2018년 2917일로 2년 사이에 65%나 급증했다. ‘안전’ 때문이라지만 정비일수가 왜 갑자기 크게 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전 적자가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정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하에서 안전점검 등의 명목으로 원전을 멈춰 세우면서 지난해 가동률(67.7%)이 예년보다 크게 떨어졌다”며 “상대적으로 발전 비용이 비싼 다른 발전원의 이용률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경, 경제, 에너지 비용 등을 고려한 최적 원전 사용 수준을 무시하고 급격히 원전 발전량을 낮춰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다”며 “발전사들은 괴멸 수준까지 갔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탈원전 정책 여론조사에서도 90% 이상이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문재인 정부는 편견과 불통 속에서 졸속으로 결정한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귀 막고 눈 가린 채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는 진짜 이유를 대다수 국민은 도무지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