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초간단 유머 심리검사가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베네치아 여행 중입니다. 곤돌라 뱃사공이 노래를 시작합니다. 잘 아는 노래입니다. 이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1. 화음을 넣어 함께 부른다. 2. 멜로디를 따라 노래한다. 3.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4. 웃으며 손뼉친다.”

화음을 선택했다면 서로 감사할 줄 아는 환상의 커플, 같은 멜로디를 따라 부르기를 선택한 경우는 자신의 욕심을 챙기기보다 상대에게 맞춰주는 커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면 관계에 확신이 낮은 커플이랍니다(이런). 손뼉만 치는 것은 서로 오해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지요. 그대 선택이 궁금합니다.

괴테는 ‘이탈리아 기행’에서 베네치아 사공의 노래를 언급합니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가운데 곤돌라에 올랐다. 두 명의 가수는 배의 앞뒤에 각각 앉았다. 이들은 노래를 시작했고 번갈아 한 소절씩 불렀다. 폐부를 뚫고 들어가는 노랫소리는 잔잔한 물 위를 퍼져 나간다. 그때였다. 마치 이 노래 가사를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어 보이는 어떤 사람이 멀리서 듣고 이어지는 시구로 응답했다. 그의 노래가 멈추자 다시 사공이 응답한다. 이렇게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메아리로 기능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슬픔이 증발한 가여운 탄식처럼 들렸지만, 눈물 나게 감동적인 경이로운 요소가 담겨 있다. 기분 탓으로 돌리는데 늙은 하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 노랫소리가 이상하게도 사람 마음을 흔드네요. 들을수록 감동적인데요.”

늙은 하인은 내가 리도의 여인들, 특히 펠레스트리나 출신 여인들의 노래도 들어 보기를 바라며 말했다. “그 여인들은 남편들이 고기잡이를 나가면 바닷가에 앉아 폐부를 찌르는 목소리로 이 노래가 울려 퍼지게 하곤 합니다. 그러면 남편들도 멀리서 아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런 식으로 서로 노래로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하인의 말에 괴테는 이렇게 대답하지요. “이 노래는 인간적이고 진실해서 어느 고독한 자가 같은 기분을 느끼는 다른 사람이 듣고 응답하도록 저 멀리 드넓은 세상으로 보내는 노래이구려.”

뱃사공이 노래를 부를 때 아련히 들려오는 메아리 같은 화답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물론 뱃사공 두 사람이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괴테 일행을 즐겁게 해 주었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풍부한 성량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수로 사이 건물의 울림을 통해 감동을 선사했겠지만 무언가 부족합니다. (내일 편지에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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