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자기만의 세상에 감금당한 꼴이다. 그 사람이 접하고 사귀는 사람은 극히 소수의 사람으로 보고 듣는 것이 신변의 잡사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바로 별세계에 출입을 시작할 수 있다. 만약 그것이 좋은 책이면 독자는 세계 인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물리적으로 먼 별세계를 갈 수도 있고 사라진 그 옛날에도 갈 수 있다. 또 여태까지 알 수 없었던 미지의 여러 가지 일을 알게 되고 숱한 처지에서 상황에 패하지 않고 이겨가는 과정도 깨달을 수 있다.-린위탕<생활의 발견 중>

린위탕의 문장을 만난 소년의 눈이 반짝입니다. 혼자서 1,000일 독서를 결단합니다. 도서관이나 친구, 하숙생들에게 빌린 책들을 미친 듯 읽기 시작하지요. 1958년 8월 7일. 그의 나이 마흔하나. 회사를 창업합니다. 직원들을 모아 놓고 선언합니다. “저는 25년 이내에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땅에 가장 좋은 사옥을 짓겠습니다.”

1980년. 비전을 선포한 지 꼭 23년째 되는 해, 종로구 광화문 1번지. 이곳에 지하 4층, 지상 23층의 사옥을 짓습니다. 금싸라기 땅에 사옥을 짓고 지하 1층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교보문고를 세울 때 극심한 반대에 부딪칩니다. “그 금싸라기 땅에다 서점이요? 상가를 지어 분양해야 합니다.” 임원들은 반대하지만 대산은 젊은 시절 책이 자신에게 베푼 혜택을 잊지 않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대산 신용호 선생이 남긴 위대한 문장입니다. 회의할 때 직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매사에 따뜻한, 땀내 나는 잔정을 베풀어라. 그러면 상대방이 오래 머물게 된다.” 대산의 이런 마음은 교보빌딩 주위를 지나는 서울 시민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겠다는 뜻으로 이어집니다. 빌딩 외벽에 펼쳐진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이지요. 오늘도 교보문고에는 4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종종걸음으로 찾아옵니다.

학력(學歷)이라고는 없는 무학의 사나이는 책을 통한 진정한 학력(學力)으로 대한민국을 남부럽지 않은 나라로 변화시킵니다. 2003년. 대산이라는 큰 별은 아름다운 궤적을 남긴 채 저물었지만 그의 유산은 오늘도 우리 가슴에 남아 두근거리고 있습니다.먹구름 위 눈부신 세상이 곧 린위탕이 말하는 별세계입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펼치기만 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먹구름 위로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