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전산추첨 조례안 최근 부결
정부 ‘처음학교로’ 추진과 엇박자
에듀파인 도입 지연 우려도 제기
의원들 이권개입 논란 이는 상황
학부모 “입학 공정성 보장돼야”

‘우리 아이 다니는 유치원의 투명한 회계관리가 물건너 가는겁니까?’

사립유치원 입학 전산추첨 조례안이 최근 경북도의회에서 부결되자 학부모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오는 2020년 사립유치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전면 도입을 앞두고 수요·집행기관(유치원과 도교육청) 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시스템 시행 및 정착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경북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6월에 열린 교육위원회에서 사립유치원 입학 전산추첨 조례안이 상정됐지만 재석위원 7명 중 반대 6명, 기권 1명으로 사실상 만장일치로 부결됐다. 도의원들은 ‘사립유치원이 공립과 경쟁하는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7개 시·도 중 관련 조례가 부결된 곳은 경북이 유일하다. 이미 12개 시·도에서 내년부터 전산 추첨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조례가 통과됐고 나머지 시·도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해당 조례에는 내년부터 사립유치원 입학 추첨을 국·공립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유아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실상 사립유치원까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비리 척결을 위해 오는 2020년 3월 모든 유치원에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기록된 회계 내역을 교육 당국이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입력과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경북도의회의 조례안 부결을 두고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에 이어 국가관리회계시스템 도입까지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다섯살 딸을 둔 주부 장모(37·포항시 북구 흥해읍) 씨는 “공 뽑기 등 현장 추첨이 사라져 유치원 모집철마다 새벽 대기, 줄서기 불편 등은 덜었지만 무엇보다 사립유치원 운영에 관한 정보 접근성이 보장돼야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며 “조례가 확정되기 전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례안 부결을 두고 사립유치원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례안 부결을 두고 사립유치원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늘 제기되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회계비리에 둔감한 것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일부 도의원과 사립유치원 간 이해관계가 구축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 경북지역 사립학교의 ‘처음학교로’참여율이 저조한 것도 눈치보기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9학년도 시·도별 처음학교로 참여등록 현황’에 따르면 경북지역 사립유치원 참여율은 27.73%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근 대구 61.72%, 부산 61.67%과 비교해도 한참 저조한 성적이다.

경북교육청은 다음달 임시회에서 사립유치원 입학 전산추첨 조례안을 다시 제출할 방침이다. 경북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모든 시·도 교육청이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의무화를 위한 조례 제정을 오는 7월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다”며 “처음학교로와 에듀파인 등 온라인시스템 운영으로 학부모들의 불편을 덜고 사립유치원 공공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은 기존의 현장 추첨 방식과는 달리 학부모가 인터넷으로 지망 유치원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배정되는 프로그램이다. 유치원 입학 신청부터 추첨, 등록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해결 가능하다. 원아모집 기간이면 온 가족이 동원돼 밤새 유치원 앞에서 대기하고도 입학에 실패하는 등 학부모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민정기자@kbmaeil.com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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