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연간 300~400t씩 수거
처리비용만 10억 내외 들지만
국비 보조 10% 채 안 돼 ‘부담’
경북동해안 시군 사정도 비슷
전문가들 “정부 지원 늘려야”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도 아닌데 수거부담은 왜 우리가 져야 하는지…”

해안을 낀 지방자치단체들이 대부분 부담하는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해양쓰레기를 치우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재정압박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수거하지 못하는 해양쓰레기가 넘쳐나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해양관광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지속하는 실정이다.

경북 동해안 시·군들도 해안으로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항지역은 북구 송라면 지경리부터 남구 장기면 두원리까지 203.7㎞에 이르는 해안선에서 연간 300∼400t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너울성 파도가 상시 일렁이는 동해 특성상 다량의 해양쓰레기가 해안으로 밀려들고 있다. 지난해는 396.7t의 쓰레기를 거둬들였고, 이를 수거·처리하는데 9억원이 들어갔다. 올해는 9억6천95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 중 국비는 달랑 7.1% 수준인 6천885만원이다. 긴 해안선을 가진 영덕군과 울진군 등 경북 동해안 다른 지자체들도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지자체는 재정여건이 포항시보다 열악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포항시 관계자는 “해양쓰레기는 외국이나 다른 지역으로부터 밀려올 수도 있는데, 지자체가 대부분 부담을 지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지원이 부족해 해양쓰레기를 수거·처리하는 데 예산과 인력이 부족할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민원이 발생하면 예산을 쪼개 해양수산청이 관리해야 하는 항포구 정화까지도 도맡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해양쓰레기 처리비용 부담 비율을 늘려달라는 요구는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 군산시는 지난달 말 해양쓰레기 정화 행사차 지역을 방문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군산 앞바다에 쌓여 있는 해양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재정 부담이 크다”며 국비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지방 보조를 늘릴 방안을 고민하고, 관계부처와도 협의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비 지원을 확대해 해양쓰레기 수거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양쓰레기가 방치되면 바다생물(수산물의 관점)과 생태계에 피해가 발생하고, 어선의 스크루에 폐그물이 얽히는 등의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대 한 교수는 “전남의 해양쓰레기 연구용역 결과 해안가 쓰레기의 절반가량이 중국 등 외국에서 흘러들어오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다른 국가와 지역에서 밀려온 쓰레기 처리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상황은 부당할 수 있다”면서도 “재정을 누가, 얼마나 투입하건 생태계를 지키려면 해양쓰레기를 방치하지 않고 치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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