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의혹투성이에다 앞뒤 안맞는 해명의 연속이다. 북한 소형목선이 삼척항에 정박한 사건과 관련한 국방부의 브리핑은 국민을 속이려는 의도가 분명히 엿보였고, 이 브리핑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 확연해보이는데도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우선 정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 당국이 레이더에 포착된 표적을 판독하고 식별하는 작업과 경계근무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북한 목선이 삼척항으로 입항하는 장면은 인근 소초에서 운영하는 지능형영상감시장비(IVS)와 해경 CCTV 1대, 해수청 CCTV 2대 중 1대, 삼척수협 CCTV 16대 중 1대의 영상에 촬영됐다. 그런데도 해안경계작전에 투입된 병사가 레이더와 지능형영상감시시스템에 포착된 소형 목선을 주의 깊게 식별하지 못했고, 주간·야간 감시 성능이 우수한 열상감시장비(TOD)를 효과적으로 운용하지 못해 해안감시에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경계작전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진행됐지만, 운용 미흡 등으로 경계작전 실패 상황이 발생했다는 취지다. 허위보고·은폐 의혹은 합참이 지난 달 17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북한 목선 발견 장소인 ‘삼척항 방파제’를 ‘삼척항 인근’으로 바꿔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초기 상황관리 과정에서 대북 군사 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인 ‘삼척항 인근’으로 발견장소를 표현했다”며 “이 표현은 군이 군사보안적 측면만 고려하여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군 당국이 초기 브리핑에서)‘경계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안이했음을 국방부와 합참의 관계기관들이 조사과정에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대한 청와대의 반응도 이해하기 어렵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 소형 목선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히면서 문책의 사유에 관해서는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병환 국무조종실 1차장이 ‘북한 소형목선 상황 관련 정부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보실은 국민이 불안하거나 의혹을 받지 않게 소상히 설명했어야 함에도 경계에 관한 지난 17일 군의 발표 결과가 ‘해상 경계태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로 이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안이하게 판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고 “대통령도 이 점을 질책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즉, 청와대가 은폐하도록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의 오해를 살 수 있도록 방치한 데 대해 문책했다는 얘기다.

청와대나 정부가 앞뒤 안맞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야당은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군 수뇌부 내부 협의 아래 경계작전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거짓브리핑을 결정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를 묵과했다”며 “말장난과 책임회피로 가득한 국민우롱”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가 남의 돈은 훔쳤지만 절도는 없었다는 말과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오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대해서도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가담한 적은 없다’면서 ‘청와대의 자체 조사를 통해 국가안보실 1차장을 엄중 경고했다’고 하니 청와대와 국방부가 짜고 치는 개그콘서트를 벌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 목선 사건과 관련, 국정조사를 미뤄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야당은 이번 북한 목선 삼척항 귀순 과정에서 빚어진 경계 실패가 작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군 경계태세 이완에서 비롯된 것이란 심증을 굳히고 있다. 오히려 국민들은 이번 사건이 우리 군의 단순한 경계실패이기를 바란다.

그게 아니라 은폐·허위보고가 진실이라면 우리 군과 정부는 경계실패란 무능에다 도덕성까지 의심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