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핵심부품 수출규제… 3차례 회의해도 대책 마련 못해
“정부 빨리 해결 못하면 최악 경우 전자제품생산 올스톱”

“난감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대책 회의를 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2일 오전 구미국가공단에 위치한 한 대기업 회의실. 40여분 간의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온 중견 간부들의 표정은 매우 무거웠다. 어제부터 3차례나 열린 회의였지만 도무지 대책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의 보복조치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는 보도를 접한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비상 대책회의를 열어 논의했지만 아무런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말그대로 대책없는 대책회의만 한 셈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번 수출규제는 정부간의 갈등 문제로 기업들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며 “현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기업들은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지금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할 수 없다”는 대답만 내놓았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경제계에서는 일본 정부의 경제제재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왔다”면서 “그동안 양국의 경제계는 대립보다는 실용적인 상호협력을 지속해 왔는데 이번 정부간의 대립으로 경제협력 또한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품목을 살펴보면 고도로 계산된 품목 선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반도체 생산 라인을 시작으로 전자제품의 모든 생산라인이 멈추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3가지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한 경제인은 “일본 내에서도 이번 수출규제가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수출규제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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