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보가 진작부터 있기는 하였으나 장맛비는 예상보다 일찍 시작되었고, 포스코갤러리를 향하여 형산대교를 건너 갈 즈음에는 운전이 불편할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그래도 마음은 조선의 명작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차창을 때리는 빗소리도 정겹게 느껴졌다.

포스코 창립 51주년을 기념하여 서울 포스코미술관에서 고미술특별전을 열었는데, 창립 반세기를 지나 미래 백년기업을 향한 재도약의 원년을 기념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기업시민을 표방한 포스코의 어젠다와 청렴과 여민(與民)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 조선의 선비정신이 서로 맞닿아 있음을 기획의 축으로 심혈을 기울인 전시였다.

이 특별전에 출품된 80여점의 작품 중 백미 45점이 ‘조선화인열전’ 이란 타이틀로 재구성되어 포항에서 전시된다.

포항의 시 승격 7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포스코갤러리에서 포항시민을 위하여 전시를 마련하였으니, 조선시대의 진품명작을 우리고장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경북에서는 처음 열리는 귀한 전시에 설레는 마음으로 빗속을 달려 개막식에 참석한 것이다.

우리역사에서 미술문화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조선후기의 대가 겸재, 현재, 관아재 등 삼재와 단원, 혜원, 오원의 삼원, 그리고 추사, 호생관, 석파에 이르기까지 거장들의 진품명작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이 포스코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실현되었다.

지방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 전시의 성사를 위하여 포스코갤러리 담당자들이 소장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였고, 효과적인 전시를 위하여 벽면을 보강, 재구성하였음은 물론 보안을 위한 CCTV 20개를 추가로 설치하였고, 인력을 보강하여 휴일에도 경비원을 배치하기로 하였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여 가입하는 보험료만도 엄청난 수준이다.

이 작품들은 주로 개인소장인데, 소장자들은 임대료보다는 포스코의 기업정신과 공신력, 그리고 담당자들의 정성에 동의하여 흔쾌히 임대에 응했다고 한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본 감동은 애초의 큰 기대보다도 훨씬 더 컸다.

중심에 자리 잡은 추사의 ‘연호사만물지종’이라 쓴 작품은 추사체 특유의 힘과 창의적 구성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걸작이었으며, 중국그림의 임·모에서 벗어나 조선의 그림을 창시한 겸재의 ‘계산서옥도’ 진품이 발길을 오래 붙잡았고, 당대 화단에서 ‘예원의 총수’로 불리던 강세황의 담백한 ‘산수’와 ‘포도’그림은 만나기 어려운 귀한 작품이었다.

석파의 예술성 넘치는 편액 ‘취은산방’은 대원군이 정치인이기 이전에 분방한 예인이었음을 웅변해주었고, 다산의 놀라운 작품은 당대의 대학자일 뿐 아니라 뛰어난 명필이었음에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어 작품 하나하나마다 발길을 떼기가 어려웠다.

추사의 걸작 ‘부작란’을 연상케 하는 아들 상우에게 시범을 보인 난(蘭) ‘시우란(示佑蘭)’이 중국 특별전에 출품되어 볼 수 없게 된 아쉬움도 이 전시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한 요소가 되었다.

이 전시는 7월 30일까지 이어지며, 이 기간 동안 ‘옛 그림 이야기’ 등의 내용으로 시민강좌도 개최할 예정이라 하니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포항시민 모두가 감상하여 ‘법고창신’하는 문화시민의 소양을 갖추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