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대학의 심리학자 애론슨과 린다는 재미있는 실험을 합니다. 실험대상 여학생을 뽑아 자신에 대한 지인들의 뒷담화를 몰래 듣게 합니다. 이후 이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를 평가합니다. 지인들은 모두 네 사람입니다.

A 항상 칭찬만 계속하는 사람. B 처음부터 끝까지 비난만 하는 사람. C 처음에는 비난하다가 나중에 칭찬으로 끝내는 사람. D 처음에는 칭찬하다가 나중에 비난으로 매듭짓는 사람.

피실험자는 과연 어떤 사람에게 가장 호감을 느꼈을까요? 애론슨과 린다는 이 실험을 80회 새롭게 리셋하고 거듭 반복합니다. 각각 다른 여학생을 뽑아 동일한 상황을 설정하고 실험을 꾸준히 진행해 본 겁니다. 실험 결과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결과를 예측하셨나요? 교수들은 가정하기를, 계속 칭찬만 했던 A가 가장 호감도가 높고 비난을 계속하며 멈추지 않은 B가 가장 호감도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호감도가 가장 높은 사람은 C였습니다. 처음에는 비난하다가 나중에 칭찬으로 바뀐 경우입니다. 반대로 호감도가 가장 낮은 사람은 D였습니다. 처음에는 칭찬하다가 나중에 비난으로 끝냈던 경우지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기대치 위반 효과(Expectancy violations theory)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내가 가지고 있는 기대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그에 대한 평가가 일반적인 상황에 비해 매우 달라지는 현상을 의미하지요. 상대방의 행동이 내 기대치를 초과하는 방향으로 나타나면 호감, 감동,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지지만 상대방의 행동이 기대치에 미흡하거나 기대치에 반하는 방향으로 나타나면 반감, 실망,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사람의 심리입니다. 평소 싹싹하고 말 잘 듣고 효도하던 큰 며느리가 어느 날 한 번 섭섭한 행동 한 번 했을 때 역정을 내고, 평소 쌀쌀하고 까칠하던 둘째 며느리가 어쩌다 한 번 효도하면 살살 마음이 녹는 시부모들의 심리가 바로 기대치 위반 효과 때문이랍니다. 대단한 웅변술과 뛰어난 외모로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초반에 큰 인기를 얻었던 엘 고어는 결국 막판에 조지 부시에게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부시는 어눌한 언변에 뛰어나지 못한 외모였지만, 기대치 위반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지요. 심리학에서 배우는 관계의 지혜입니다. 상대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