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76일 만에 문을 열고도 여야 갈등으로 ‘개점휴업’ 상태를 보이면서 ‘노는 국회’에 대한 견제대책을 놓고 설왕설래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여권(與圈)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니, ‘회기 임금제’니 다양한 방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등원’을 강권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행태나 ‘몽니 정치’에 중독된 야당의 습성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여야 ‘협치’ 말고 다른 묘책은 없다. ‘양보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미덕이 절실하다.

‘선(先) 국회 정상화, 후(後) 경제토론회’를 주장하는 민주당 입장과, ‘경제토론회 우선 개최 및 패스트트랙 사과·철회’를 내건 한국당 입장의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북한어선 입항 문제를 따질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돌발 변수도 생겼다. 민주당은 이 문제 역시 국회 정상화 후 관련 상임위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어 국정조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여야 정치권의 ‘갈등 생산성’은 가히 괄목할만한 세계 최고 수준이고, ‘놀고먹기’ 기술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말꼬리 잡고 늘어지고, 상대방 약점 물어뜯는 능력을 정치력이라고 여기는 정치꾼들이 판을 치고 있다. 틈날 때마다 한목소리를 내며 한국당을 협공하고 있는 민주·바른미래·평화·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이번에는 황교안 대표의 ‘아들 스펙 발언 논란’을 놓고 자극적인 용어들을 동원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황교안 대표는 청년들에게 염장을 지른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무스펙 취업성공’이라는 자식 자랑은 KT 특혜채용 의혹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당은 ‘정치적 공세를 위해 황 대표 발언의 진의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황 대표도 전날 밤 페이스북 글에 이어 거듭 해명에 나서는 등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어쨌거나 좀처럼 정상적인 정치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사사건건 쩨쩨한 시비와 말다툼만 지속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여당과 범진보 2중대 정치인들이 내놓고 있는 ‘국회의원 소환제’, ‘회기 임금제’ 따위의 입법 으름장들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이 자명하다. 정말 국회를 정상화하고 나랏일을 생산적으로 하려는 의지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을 파트너로 존중하려는 마음 자체가 아예 희박해 보인다. 이래서는 안 된다. 숱하게 약속했던 ‘협치’ 정신을 통 크게 실천해야 한다. 나만 옳고, 너는 무조건 그르다는 옹졸한 정치야말로 참 나쁜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