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저승사자는 죽었다
증시의 저승사자는 죽었다
  • 등록일 2019.06.17 19:16
  • 게재일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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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주 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증시 투자자들은 지난 10년간 인플레를 두려워했다. 인플레가 오면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므로 정부는 시중에 풀린 자금이 회수될 수 밖에 없고, 증시 주변 자금들도 마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늑대는 오지 않았다. 죽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몇 십 년 만에 생필품 가격이 인상됐다. 노동력이 부족하여 인건비를 올려줄 수 밖에 없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제품가격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은 좌절됐다. 왜냐하면 가격이 오르자 물건이 안 팔려 슈퍼마켓에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할인했기 때문이다. 세계 전체적으로 소비심리는 극도로 악화되어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이 쉽게 소비를 포기하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늙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건비처럼 물가상승 요인이 발생해도 실제 물건 가격은 오르지 않지만 기업들의 수익성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해 세계 전역에서 교역을 지양하고, 각자 도생의 길로 가면 국가간 비교우위가 사라지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쉽게 말해 싼 중국제품을 미국인들이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비용상승 요인이 발생하지만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으므로 수익성이 악화된다. 정부가 아무리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도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주가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즉 트럼프가 지금 예민한 곳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시의 새로운 저승사자는 생산성 하락이다. 이것이 기업을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가는 대신 본능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몸부림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공유경제 플랫폼, 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솔루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생산성이 개선되면 비용상승 인플레 압력이 약해지고, 그 만큼 정부는 많은 양의 자금을 증시에 남겨둘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 플랫폼과 제도권과의 갈등이 첨예하다. 즉 규제로 인해 이들 플랫폼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시장의 우려가 많다. 최근 후쿠오카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향후 재정지출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 빚이 증가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세수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 그 가운데 데이터에 대한 과세가 쟁점이었다. 즉 데이터에 부가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을 정의하고, 해당 데이터가 제공된 곳에 세금을 매기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데이터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면 이중과세다. 플랫폼 업체들의 이익에도 법인세를 부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과세는 아닐 것이다. 또한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세금을 거두려면 관련 규정을 만들어 사업을 구체화시켜 주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의 생산성 개선 활동이 시장의 우려만큼 방해받지는 않을 것 같다.

그 결과 인플레 압력이 최소화되었고, 정부가 편하게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따라서 증시의 복원력도 강해졌다. 그러나 이는 시장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 때문임을 명심하자. 과거 미국이 경쟁력 있었던 이유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시장원리가 작동하여 빠르게 정상화시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망하면 예금자들이 손실을 떠 안고 끝낸다. 환부만 얼른 도려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의 부실을 공공 부채로 떠 넘기며 상처를 숨기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세계경제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부분의 실패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부실이 전염된다는 것이다. 인구의 구조가 바뀌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타날 때까지 이렇게 버티자는 것이고, 그 결과 시장은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숨겼던 부실이 가끔씩 드러날 수 있으므로 그 때마다 증시를 피하는 훈련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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