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가 고로(高爐) 정비과정에서 브리더(안전밸브)를 개방해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로 경북도 등 지자체들에 의해 잇따라 내려지고 있는 ‘조업정치’ 처분이 철강업계를 강타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조업정지 10일은 곧 제철소 운영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폭발 위험 방지를 위한 기술적 대안이 전무한 상황에서 과도한 처분이라는 것이 항변의 핵심이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어 환경도 효과적으로 지켜내고, 산업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지난 4월 24일 전남도가 광양제철소를 상대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내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 5월 16일 충남도가 당진제철소를 상대로, 지난 5월 27일 경북도가 포항제철소를 상대로 같은 처분을 사전통지했다. 고로를 정비하면서 안전밸브를 임의로 개방해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것이 조업정지 처분의 사유다.

대기환경보전법 제31조는 ‘배출시설을 가동할 때에 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아니하거나 오염도를 낮추기 위하여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공기를 섞어 배출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 법은 또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 예방을 위하여 다른 법령에서 정한 시설로서 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받은 경우는 제외한다고 돼 있다. ‘설치허가를 받은 별도의 배출시설’이 없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으로 읽힌다.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철강협회는 성명서에서 “현재로서는 안전밸브 개방 외에는 기술적 대안이 없는 현실을 외면하고 조업정지 처분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노동계, 협력사 등도 지자체 측에 조업정지 처분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안전밸브를 개방할 때 배출되는 것은 수증기가 대부분이고, 고로 내 잔류가스 배출에 의한 환경 영향은 미미하다는 철강협회의 견해도 주목할 만하다. 협회 측은 또 포항제철소 인근지역과 영향권 밖인 경주시 성건동에 설치된 국가 대기환경측정망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일산화탄소 등 주요 항목에서 고로 안전밸브를 개방할 때와 보통 때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주장도 함께 내놓고 있다.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양보해도 되는 다른 가치는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일단 대안이 없고, 실질적으로 오염 현상이 미미하다는 반론이 있다. 조업정지가 현실화되면 8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게 된다는 예측도 있는 만큼 허투루 다룰 일이 아니다. 오염이 정말 심각하다면 이를 줄일 다른 대안도 적극적으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민관이 지혜를 모아서 최선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가뜩이나 불황이 깊어 민생이 고통스러운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