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관중들이 침을 꼴깍 삼키면서 한 사나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합니다. 배낭에서 프라이팬을 꺼내 계란을 톡 깨뜨려 오믈릿을 만들어 먹습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저 남자는 길이 338m의 쇠 밧줄 위에 서 있거든요. 48m 아래로는 어마어마한 물 기둥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사내는 나이아가라 폭포 위 48m 지점에 설치한 강철 밧줄 위에서 오믈릿을 먹는 중입니다.

식사를 마친 이 남자. 입맛을 다시면서 눈을 가립니다. 밧줄 위를 걸어 반대편 목적지에 닿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 하지만 이벤트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 남자는 다시 원래 출발지점으로 물구나무서기로 밧줄 위를 걷습니다. 걷다가 도중에 밧줄 위에 누워서 잠깐 쉬기도 하고, 자전거 타고 건너기, 뒤로 걸어 건너기 등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으로 외줄 타기의 신공을 보여줍니다. 중심을 잡아주는 쇠 막대기는 폭포 아래로 오래 전에 던져버렸습니다. 구름 떼처럼 모인 관람객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벤트를 바라봅니다. 160년 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찰스 블론딘(Charles Blondin, 1829~1897)은 별다른 볼거리가 없던 미국 사회에서 당대 최고의 엔터테이너였습니다. 곡예사은 요즘으로 치면 프로야구 선수나 영화 배우, 연예인을 능가하는 고소득을 올리던 최고의 스타였던 셈이지요.

이벤트가 끝나갈 무렵 모여 있는 그는 관중들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은 내가 사람을 등에 업고 이 폭포를 건너갈 수 있다고 믿습니까? ” 관중들은 한 목소리로 합창합니다. “네! 우리는 믿어요!” 블론딘은 다시 묻습니다. “내 등에 업혀 이 폭포를 건너갈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 지원해 주실 분 있으십니까?” 열광적으로 성원을 보내던 관중들의 눈길이 바닥으로 향합니다. 누구도 선뜻 나서는 자가 없습니다.

찰스 블론딘은 관중석 맨 앞 줄에 있는 한 남자를 지목합니다. “당신은 날 믿습니까?” 남자는 일초도 망설임없이 대답하지요. 벌떡 일어나 찰스 블론딘 앞으로 나옵니다. “난 당신을 믿습니다. 기꺼이 당신 등에 업혀 폭포를 건너보겠습니다.”

남자를 들쳐 업은 찰스 블론딘은 심각한 표정으로 38피트짜리 보조 쇠 막대기까지 챙겨 최대한 안전하게 로프를 건너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람들은 감탄하지요. 블론딘의 배짱과 등에 업힌 남자의 용기에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몇 십m 전진해 나갈 때 등에 업힌 남자가 움찔합니다. (다음 회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