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작년 겨울에 눈이 거의 안 왔어요. 그러다 보니 땅이 매우 메말라졌고, 물을 준다고 줬지만 한계가 있었어요. 겨울 가뭄을 이기지 못한 나무들은 결국 말라죽었어요. 기후변화가 너무 심해요. 정말 이대로 가다간 학생들이 애써 가꾸고 있는 사막화 방지 숲 조성 작업이 헛수고가 될 수 있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지구는 되돌릴 수 없는 환경재앙에 빠질 거예요.”

2019년 5월 사전 답사 때 작년까지 심은 나무들의 발육상태를 살피는 필자에게 NGO 단원이 해 준 말이다. 한 눈에 봐도 2017년과 2018년에 심은 나무들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2017년에 심은 나무들의 발육상태가 확실히 좋았다. 하지만 2018년에 심은 나무들 중에는 아직 땅의 허락을 받지 못한 나무들이 꽤 있었다. 그래도 학생들의 땀과 정성을 기억하는 상당수의 나무들은 끝까지 뿌리의 힘을 키우고 있었다.

필자는 2018년 1월 답사 때를 기억한다, 눈이 나무를 덮을 정도로 왔던 그 때를. 그 때는 나무가 동해(凍害)를 입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필자의 생각이 짧았다. 많은 눈 때문인지 2017년에 심은 나무들 중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 나무는 불과 4그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5월 답사 때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메마른 대지, 그리고 쉼 없이 휘몰아치는 모래 폭풍! 결국 2018년에 심은 나무들 중에서 15%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필자는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다른 조림 지역에는 나무 생존율이 50%도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뿌리가 안착한 나무들은 본격적으로 하늘을 향해 길을 내기 시작함은 물론 녹색의 푸른 잎들을 가지마다 풍성히 달았다. 나무들이 만들어 낸 건 외형적인 성장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나무들은 혹한(酷寒)과 혹서(酷暑), 그리고 한해(旱害)를 모두 이겨내고 학생들을 기다렸다. 기다린 건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5월 27일, 드디어 학생들과 나무들의 1년만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생명 사랑 나눔의 숲’조성 장소로 이동할 때만 하더라도 모래 바람이 엄청 불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도착하기 얼마 전부터 모래 바람도 숨을 죽이고 학생들과 나무들의 만남을 지켜보았다. 학생들의 연이은 탄성 소리! 그 소리는 열악한 조건을 너무도 잘 이기고 자신들을 기다려 준 나무들에 대한 감사함의 인사였다. 나무들 또한 매년 오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고 자신들을 찾아 온 학생들에게 푸른 웃음으로 답하였다. 나무를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과 그 학생들을 푸른 품으로 맞이하는 나무들의 모습은 그대로가 한 편의 영화였다. 영화 제목은 ‘교육과 나눔과 지구 Ⅳ!’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 등으로 땅은 점점 딱딱해지고 있어 나무를 심기 위한 구덩이 파기가 매년 어려워지고 있다. 가끔씩 바로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는 모래바람은 학생들의 사기를 꺾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지구를 푸르게 가꾸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만발의 준비를 하고 올해도 예정된 700그루의 나루를 다 심었다.(총 식재 수 1천800그루) 그리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다음의 표지판을 사막화 방지 조림 사업장에 설치하였다.

“이 숲은 대한민국 산자연중학교 학생들과 울란바토르 쎈뽈 초등학교, 존모드 쎈뽈 초등학교 학생들이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해 2017년부터 조성하고 있는 숲입니다. 학생들의 푸른 땀이 사막에 생명의 물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샘이 큰 생명의 강줄기를 만들어 세계를 푸른 생명이 넘치는 대자연의 공간으로 만들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이어 갈 푸른 지구에서 지구인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