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도를 넘은 막말, 폭언들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살벌한 정치 언어들의 범람 수위는 대결 정치의 강도와 정비례한다. 품격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위태로운 험구(險口)들이 저주의 기운을 품고 날아다닌다. 문제는 여야 정치권이 자기편은 한없이 감싸고 돌면서 상대방의 실언에 대해서만 도끼날을 세우고 달려든다는 사실이다. 막말과 폭언은 어디까지나 자성(自省)으로 근절해야 할 정치권 모두의 으뜸 병폐다.

문재인 대통령이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구절만으로 보아서는 그른 말이 없다. 그러나 듣는 이에 따라서는 ‘내로남불’ 의식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공격적 ‘유체이탈 화법’으로 들릴 수도 있다. 어른이 아이들을 나무랄 때는 자기 자식의 허물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는 것이 옳은 법이다.

문 대통령의 지적은 일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빠, 달창’이라는 언어를 집회 연설 중 언급한 데 대한 공박으로 읽히고 있다. ‘달창’은 극우 네티즌들이 문 대통령 지지모임인 ‘달빛기사단’을 ‘달빛창녀단’으로 일컫는 여성비하의 은어다. 논란이 커지자 나 원내대표는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제1야당을 향해 ‘도둑놈들’이라고 폭언했고, 김무성 의원은 “4대강 보 해체용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 청와대를 폭파시키자”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서의 막말 공방은 고질병 수준이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이던 2009년 당시 천정배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주권을 짓밟은 쿠데타 정권”이라며 “쥐박이·땅박이·2MB”라는 폭언을 거침없이 퍼부었다. 당시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만주국의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라고 언급했다. 그에 앞서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자유한국당 전신) 일부 의원은 연극 ‘환생경제’에 배우로 나서 노무현 대통령을 빗대어 ‘노가리·육X헐 놈·개X놈’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막말은 대개 지지층 결집의 효과를 노린 의도된 일탈이다. 전문가들은 막말을 한번 사용하게 되면 결국 더 자극적인 말을 찾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망가뜨린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의 폭언은 우선 속 시원하다고 마약을 마구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치권의 막말·폭언 습성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남 탓’ 근성부터 청산하는 치열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공격이든 방어든 험구를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결국 치욕적인 자살골이 되고 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