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최근 미국 일간지가 미국 사립고교 랭킹을 발표했다. 미국은 사립고교 입학 경쟁이 치열한 나라다. 학군제로 운영되지만 공립고교 랭킹도 존재한다. 뿐만아니라 주별로 때로는 도시별로도 고교랭킹을 보도하기도 한다. 대학랭킹은 이보다 더 치열하게 보도된다. 경영학석사인 MBA 대학 랭킹과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Law School)의 랭킹은 졸업후 연봉과도 직결된다.

경쟁이 있는 곳에 랭킹이 있고 그러한 경쟁은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은 경제학 제1장에 쓰여 있다. 사회주의 지상주의라는 중국이나 심지어 북한도 명문학교가 존재한다. 중국의 명문교 입학 경쟁은 치열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둘러싼 사태는 이러한 논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의 존폐 여부를 가름하는 운영성과 평가를 한창 진행하는 가운데 서울 자사고 학부모들이 재지정 평가를 통한 자사고 폐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광화문에서 대규모 시위까지 벌였다.

서울시 교육청이 자사고 평가 기준을 대폭 높여 자사고 폐지를 유도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평가기준을 높인 이유야 간단하다. 폐지수순을 밟기 위함이고 이는 항상‘평등교육’이라고 포장되어 있다.

연합회와 자사고 측은 줄곧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지표가 자사고에 불리하게 설정됐으며 이는 교육감 공약인 자사고 폐지를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절차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과 원칙을 강조하지만 평가지표의 변경과 강화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는 확연해 보인다. 자사고가 학교서열화의 주범이라는 것인데 그런 관점이라면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도 폐지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서열화의 득실은 무엇이고 서열화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이 고교만의 문제인가를 냉철히 살필 필요가 있다.

고교의 다양성을 위해 만든 제도를 정부가 바뀌었다고 스스로 폐지하려는 발상은 왜 나오는가? 자사고는 과거 정부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겠다며 2010년 도입한 학교 모델로 학교의 자율성을 더 확대·발전시킨 것이다.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고교 정부 규정을 벗어난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고는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되며,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 수준까지 받을 수 있다.

전국 교육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선거당시 공통적으로 내놓은 공약이 자사고 폐지였고 그 첫칼을 서울시에서 빼어 든 것이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자사고 폐지의 명분은 ‘평등교육’이다. 과연 진보 교육감들의 ‘평등교육’이란 무엇인가?

개인은 각각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다양한 능력에 맞는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한 기회를 누구에게든 부여하는 것이 평등교육의 기본 정신일 것이다. 평등교육이란 교육을 받을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지 교육수준의 평등이 되어서는 안된다. 교육수준은 각각의 수준과 다양한 능력에 맞게 제공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고교가 필요성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자사고의 커리큘럼을 조정한다든가 자사고와 같은 다른 형태의 수준별 고교를 만든다든가 하는 정책이 우리에게 필요한것이지 자사고 특목고들을 폐지하는 것이 평등교육은 아닐 것이다.

평등교육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한다면 자사고 특목고 폐지가 우리 교육의 정답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올바른 평등교육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는 자사고 폐지정책은 재고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