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단체장의 ‘우리 고장은 지금’

곽용환고령군수
곽용환 고령군수

지난 3월 2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청 세계유산 분과위원회에서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을 포함한 7개 가야 고분군이 세계유산등재 후보에 선정됐다.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국내 첫 번째 관문은 통과했다. 올 7월 최종 등재신청 대상 선정을 거쳐 2021년 7월 최종 등재가 결정된다.

대가야의 역사와 혼을 품은 지산동 고분군은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우수한 국가였지만, 대부분이 사라진 왕국, 신비한 고대국가 정도로만 알고 있다.

우리는 흔히 고대사회를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라 부르는데, 오늘날의 영·호남 지역을 아우르면서 삼국과 나란히 발전했던 ‘가야’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가야는 520년 동안 삼국과 나란히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역사와 문화를 창출한 고대국가로 전기는 김해를 중심으로 한 금관가야, 후기에는 고령을 중심으로 하는 대가야였다. 대가야는 가야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순장무덤인 고령 지산동 44호 고분군의 순장문화와 가실왕과 악성 우륵선생이 창제한 가야금은 대가야의 예술과 정신문화를 상징한다. 부드러운 곡선미와 안정감을 갖춘 토기문화를 비롯해 고대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철기문화 등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던 국가가 바로 대가야다.

최근 지산동 고분군의 탐방로 조성을 위해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5세기부터 6세기에 조성된 대가야 시대의 소형 석곽묘 10기와 석실묘 1기가 확인됐다. 특히 5세기 후반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곽묘에서는 직경 5㎝ 정도의 작은 ‘토제방울’이 출토됐다. ‘토제방울’의 표면에 새겨진 그림은 가야 시조가 탄생하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건국신화가 유물에 투영돼 발견된 최초의 사례로 가야사는 물론 한국 고대사 연구의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가야사 복원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으며,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이런 시점에 가야의 건국신화를 담은 소중한 유물이 출토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고령군에서 출토된 토제방울을 보물 신청 및 향후 국보 승격을 위해 관련 절차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잘 보존하는 것이 가장 잘 개발한 것이라는 역설이 성립되는 것이 역사문화유산의 가치이고, 문화경쟁력이다. 가야문화권 최고의 경쟁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야의 역사성과 문화적 고유성이 조사, 연구를 통해 잘 보존되고 회복되는 데서 나올 것이다.

고령은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유치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 유치추진단’을 구성하고, 지난달 17일 지역을 대표하는 사회단체 및 주민대표로 구성된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 유치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고령역 유치위원회’는 수도권과 남부내륙 지역을 연계하는 지역의 접근성 개선 및 문화, 관광 활성화가 기대되는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 유치 운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행정기관에서는 전문가 자문 및 고령역사 입지타당성과 역세권 개발 용역, 세미나 등을 통해 당위성과 타당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시속 200㎞ 이상으로 주행하는 고속철의 역간 적정거리는 57㎞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천안아산역, 김천구미역 등 28∼29㎞ 구간에 역사를 신설함으로써 운행시간이 20분 이상 지연되고 표정속도가 시속 164㎞로 감소하는 경우가 생겼다. 역간 거리가 가까울수록 운영비도 증가하고 운행시간은 지연돼 고속철도의 원래 의미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간 거리는 경제적 철도건설을 위해 선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남부내륙고속철도의 경우 김천에서 거제까지 총 172㎞ 구간 중 진주에서 거제까지 56㎞구간에 3개의 역사를 신설할 예정이어서 과잉설계로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리고 김천에서 진주까지 115㎞구간은 김천역 이외에 1개의 역사가 신설될 예정인데, 이 위치가 적정한 것인가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는 게 지역 최대 쟁점사항이 되고 있다. 합리적 기준에 의한 적정 역간 이격거리를 산정하는 것은 4조 7천억의 사업비가 드는 국가사업으로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비효율적인 운행으로 속도가 저하되고 과도한 유지비로 경제성이 저하되면 고속철도의 원래 의미를 담보할 수 없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고려해야 할 점은 접근성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넓지 않은 나라에서는 항공기보다 고속철이 이동 효율성이 높다. 이를 더욱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신설 역사의 첫 번째 조건은 기존의 교통망과의 연계성이다.

이런 의미에서 ‘남부고속철도 고령역 유치위원회’의 주장을 정부는 눈여겨 보아야할 것이다. 고령에는 2개의 고속도로 IC가 있고, 호남과 영남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국도 26호·33호가 교차하며 대구산업선과 연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타당성 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달빛내륙철도의 환승역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김천역을 출발해 고속철도 역간 적정거리 50㎞지점에 위치한 고령역 설치의 타당성과 달빛내륙철도 환승, 대구산업선 연계, 대구광주간 고속도로 교차지점인 고령은 교통의 요충지로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가장 적합한 역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고령군은 앞으로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이 건립될 수 있도록 전 군민과 함께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