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당선만 되면 엄청난 예우를 받는다. 한국고용정보원 공식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평균연봉 1위인 1억4천만 원, 보좌관과 비서 9명을 둘 수 있다. 재임 중에는 해임될 걱정이 없고 몇 개월만 재직하면 연금이 보장된다. 회기 중 면책특권이 보장되고 어딜 가나 ‘갑’이 될 수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져 있다.

우리 국회가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은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식물국회란 호흡만 하고 누워있는 식물인간처럼 우리 국회가 정상적 기능을 행사치 못함을 빗대는 말이다. 우리 국회는 여야 격돌로 수시로 문을 닫아 버린다. 그런데도 국회의원은 국민 혈세인 세비는 꼬박꼬박 챙기면서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인데도 우리 국회의원들은 세비와 활동비는 받아 챙기고 상당한 특권까지 누린다. 의원들이 세비를 반납했다는 소리를 아직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주변의 어떤 정치평론가는 선거 전술만 잘 세우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이것이 벤처 기업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또 다시 제1 야당은 장외투쟁을 선포하고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이다.

우리 국회는 최근에는 ‘동물국회’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동물처럼 몸싸움을 하는 것을 빗대하는 말이다. 정치의 기능을 흔히 권위의 합리적인 배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나라 국회는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치닫고 있다. 패스트 트랙으로 야기된 이번 사태는 여야의원들이 이를 스스로 국회선진화법까지 팽개쳐 버렸다. 과거에도 단식 농성이 있고 수십 시간의 필리버스터식 연설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여야가 육탄전을 치르는 동물국회는 없었다. 국회의장은 저혈당 쇼크로 입원하고, 의장을 앞장서 저지했던 여성의원은 성추행당했다고 고소까지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5명이 삭발 투쟁을 선언하고, 전국의 장외 투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의회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위이다.

이 나라 의회가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반복하는 것은 아직도 후진적인 한국 정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다. 파당적 이해관계로 여야가 상호 부정하고 거부하는 네거티브 정치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한국의 정치는 사이비 보수와 사이비 진보 정당 간의 극한적인 투쟁만 있는 정치이다.

우리 정치가 날로 참된 정책 대결은 없고 ‘너 죽고 나 살기’ 위한 살벌한 전투장으로 변하고 있다. 정당 간 두 번이나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여당은 언제나 힘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이를 결사 저지하는 관습적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국회가 패거리 정치의 이전투구 하는 모습만 보이니 자라나는 세대가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정치인들의 이러한 극한 대결 구도가 국민들까지 적대적 대립관계로 몰아가니 한심한 일이다.

우리 국회가 최소한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여야 정치인들이 먼저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한다.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설득과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들도 이제 ‘좌익 독재 타도’나 ‘독재정권의 후예’라는 주장에 관심이 없다. 시대는 저만 큼 앞서 가는데 정치는 아직도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 여야는 이미 발효된 국회선진화법부터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양보나 타협은 정치적 배반도 아니며 굴종은 더욱 아니다. 여야 정치인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퇴행적 정치부터 반성하고 국회로 돌아오길 바란다. 간음한 여인을 향해 돌을 던지려는 군중을 향해 ‘너희 중에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이 여인을 돌로 쳐라’는 예수의 말에 정치인들은 진정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