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벼랑 끝’ 불장난이 도졌다. 1년 5개월 만에 동해상에서 미사일 발사 도발 쇼를 벌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다량의 대구경 방사포(다연장포)와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청와대는 즉각적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못한 채 남북관계 악화를 피하고자 전전긍긍이고, 여야 정치권은 또다시 닭싸움이다. 쓸만한 카드가 모두 소진됐다는 점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 전체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사거리 1만3천㎞ 이상인 ‘화성-15형’ 발사 이후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해왔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에 따르면, 문제의 미사일은 평창 겨울올림픽 직전인 지난해 2월 평양 열병식에 등장했었고, 러시아제 최신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흡사하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상식적인 대응마저 못 하고 쩔쩔매고 있다. 합참은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불과 40분이 지난 뒤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하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도 북한의 명백한 도발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열지 않고 관계부처 장관회의로 대신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이번 행위가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중단을 촉구했지만, 수위는 한층 낮았다.

북한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우리 정부가 기념행사에 초청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군 지휘부 업무보고에서 ‘9·19 군사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보란 듯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반복적인 무시와 미국의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입지는 형편없이 위축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의 ‘평화 우선주의’ 지향은 큰 틀에서 잘못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번도 ‘북한 비핵화’라고 하지 않고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언명하는 김정은의 진정성을 무턱대고 믿으면서 우리가 내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주다시피 서둘러 올인한 것이 패착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온 세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다시 쏘기 시작한 마당에 우리가 내놓을 카드가 전무한 현실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위험한 희망’과 ‘터무니없는 선의’로 뒤범벅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은 전면 재검토되고 과감히 수정돼야 한다. 이번 미사일 도발 직후 김정은이 했다는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는 언급은 우리도 허투루 여기지 말아야 할 의미 있는 개념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