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령시(藥令市)에 명령을 뜻하는 영자가 들어간 것은 관(官)의 명령에 따라 시장이 열렸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온 약재를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들어온 약재를 당약(唐藥), 당재(唐材)라 불렀다. 중국 약재와 구분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약재를 향약(鄕藥)이라 부른다. 중국산 당약은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므로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힘든 약재다. 그래서 값싼 약재의 손쉬운 구매를 위해 조선 세종 때는 향약 생산을 장려하는 기구와 정책을 펴기도 했다.

국내 약재의 주요 산지로는 예로부터 경상도와 강원도, 전라도를 손꼽았다. 특히 대구와 원주, 전주는 주변에서 반입되는 약재의 집산지로 잘 알려져 있었고, 이곳은 관할 관찰사의 명에 따라 약령시가 열렸다고 한다. 약령시는 음력 2월과 10월 1년에 두 번 열린다.

약령시가 열리면 관리가 나와 중국에 바치는 약재(조공약재)와 우리나라 조정에서 필요한 약재를 먼저 매입했다고 한다. 약령시가 열리는 날이면 전국 각지의 약초 재배자와 채취자, 상인과 약재 수요자가 몰려 시장은 성시를 이뤘다. 약령시 가운데 가장 크고 대표적인 것이 대구약령시다. 대구약령시는 1658년 효종 9년에 시작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시의 약령시에는 단순 거래와 교환 외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약령시 개설을 알리는 각종 행사도 열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올해가 대구약령시 개장 361주년 되는 해다. 이 만큼 긴 역사를 가진 축제도 잘 없다. 한국기네스위원회는 2001년 대구약령시를 한국 최고(最古)의 약령시로 인증을 했다.

또 2004년에는 대구약령시 일원이 한방 관련 분야 최초로 한방특구 지정도 받았다. 귀중한 우리고장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인정된 셈이다.

대구약령시 한방축제가 5월2일부터 5일간 약전골목 일원에서 열린다. 거리극단, 한방미용체험, 정성탕 나누기 등 각종 행사도 덩달아 펼쳐진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왔던 전국 최대의 약령시 축제가 이제 현대적 축제로 발전, 새로운 중흥기를 맞고 있다. 힐링감을 느낄 수 있는 한방축제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