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상초등학교 7회 졸업생 19명
인생 경험 녹여낸 시집
‘친구야 그르이어예노’ 발간

안동 용상초등학교 7회 졸업생들이 ‘친구야 그르이어예노’ 발간을 자축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동용상초등학교 7회 동창회 제공

[안동] “우리도 시집을 냈어요.”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의 나이에 접어든 안동 지역의 한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모여 시집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안동 용상초등학교 7회 졸업생으로 이뤄진 동창회(회장 권동순) 동갑내기 회원 19명이 그 주인공.

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자신만의 인생 전반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 65여 편을 모아 ‘친구야 그르이어예노’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냈다. 오는 26일 안동 예미정에선 출판기념회도 연다.

시집의 제목처럼 각자의 작품 곳곳엔 안동 사투리를 그대로 녹여 고단한 인생길을 같이 가는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희로애락이 뒤얽혔던 자신들의 인생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서로의 어깨를 다독여 주고 격려해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희끄무레 새벽이 일어서면/ 보리쌀 한종지 부어 가마솥을 끓인다 …중략… 엄마는 보리밥 한술 뜨는둥 마는둥/ 머리에 수건 질끈 동여매고 품팔러 나간다/ 온종일 밭갈이에 지친몸 이끌고 무너지듯 돌아와/ 엄마는 박바가지에 냉수로 허기를 마신다/ 모깃불 들마루에 피곤을 눞이는 엄마/ 단내나는 여름밤의 엄마는 달그림자로 살았다.(정숙자 ‘엄마의 여름’)

배고팠던 어린 시절과 어려웠던 학창시절을 겪은 보릿고개 마지막 세대들이기에 세상살이가 하나같이 고달팠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매진해 온 자신들의 인생 전반기를 농익은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엮어 시집에 투영했다고 한다.

이번 시집에는 전희영, 정숙자, 최명희, 최예주, 한정석, 허진년, 권동직, 권오화, 김금주, 김영일, 김진백, 백재우, 손성자, 신숙자, 예순영, 이병혜, 이옥순, 이좌교, 권동순 씨 등 모두 19명이 참여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시 쓰기에 나섰지만 대부분이 초보시인.

같은 나이에다 고향 또한 같은 곳이기에 이번 시집 발간으로 죽마고우의 우정을 더욱 다지고 돈독하게 엮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들은 지난해에도 ‘갈색풍금’이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냈다. 게다가 이들은 올해 ‘이래도 될리껴’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시집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