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연구소 분리 결정에 반발하는 지역민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지에서는 원전해체연구소를 분리해 줄 것 같으면 “차라리 받지 않겠다”는 강경 분위기까지 나오고 있다니 과연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경주시민을 포함 대구경북민은 그동안 정부가 결정한 주요 정책들이 사업성 등 정책적 고려보다 정치적 셈법으로 흐르는 경향이 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사정책에서 그랬고, 예산 지원에서도 그랬다고 믿는다. 이번 원해연도 마찬가지다. 원전시설이 집중돼 있는 경북을 도외시하고 원해연의 중심 업무를 부산과 울산에 안겨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을 안고 있는 경북 동해안에는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안전공단, 심지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까지 안고 있는 곳이다.

산업적으로 보아도 경주는 원전의 설계-건설-운영-해체-폐기의 전과정이 집적돼 있는 곳이다. 원전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풍부한 인프라가 있는 곳이다. 누가 보아도 원해연의 설립 적지는 경주라 할 만한 여건을 갖춘 곳이다. 그런데 정부는 정치적 셈법으로 원해연을 쪼개고 그 중 업무의 3분의 2가 쏠린 경수로 연구소를 부산과 울산에 두기로 했다. 경주에는 중수로 연구소를 두기로 했지만 그나마 분원 형태가 될 것같아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알 수가 없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순응해 원전시설을 안고 살아온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느껴질 만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국가산업을 위해 정책적으로 불가피하다면 모르나 이번 결정은 경주지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경주뿐 아니라 울진과 영덕 등 경북 동해안은 지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역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탈원전만 선언해 놓고 원전산업 아래서 희생해 온 지역민의 삶에 대해서는 내 몰라라한다는 비판이 높다.

16일 경주시의회(의장 윤병길)가 경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원전해체연구소 정부 발표에 따른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의장과 의원들은 “정부의 원해연 부지 결정에 분노와 상실감을 감출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원해연의 경수로.중수로 연구소 분리 결정을 즉각 취소하고, 방폐장 특별법에 따라 2016년까지 사용 후 핵연료를 타지역으로 방출하기로 한 약속을 즉시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도 이와 관련, 방폐장폐기물 반입저지 등 강경 투쟁 방침을 논의 중에 있다고 한다.

원해연 부지 결정에 따른 반발의 크기가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탈원전이든 친원전이든 정부정책을 결정하면서 지역민의 이해관계나 생활 등을 살펴보지 않는 것은 언어도단적 태도다. 원전과 관련한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의 태도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