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내부서 각석 30여개 확인
구체적 시기·화랑이름 새겨져

천연기념물 제155호 울진 성류굴에서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조선 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각석(刻石) 명문이 대거 발견돼 학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류굴은 지난 2015년 입구 위 바위에 신라시대 금석문 수십 자가 새겨졌다는 사실이 소개됐으나, 동굴 내부에서 명문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울진군 관계자들이 지난 3월 21일 성류굴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위해동굴을 조사하던 중 입구에서 230여m 떨어진 지점에서 여러 개의 종유석(석주, 석순)과 암벽 등에 새겨진 명문 30여 개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정원 14년(貞元 十四年)’이라고 새겨진 명문 3개를 포함해 구체적인 시기를 알 수 있는 명문 여러 개와 ‘임랑(林郞)’, ‘소(우, 牛)’ 등 다수의 화랑 이름들이 새겨져 있었다. 문화재청 등 관계 전문가들은 세 차례 추가 조사를 통해 ‘신유년(辛酉年)’과 ‘경진년(庚辰年)’ 등 간지(干支), 통일신라 시대 관직명인 ‘병부사(兵府史)’, 화랑 이름인 ‘공랑(共郞)’, 승려 이름 ‘범렴(梵廉)’, 조선 시대 울진현령 ‘이복연(李復淵)’ 등의 글자를 확인했다.

특히, ‘신유년(辛酉年)’과 ‘경진년(庚辰年)’과 같은 간지 연대 명문은 국보 제147호 ‘울산 천전리 각석’에 새겨진 ‘을사년(乙巳年, 서기 525년, 신라)’명과 비슷한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됐다.

서기 798년에 새긴 ‘정원 14년(貞元 十四年, 원성왕 14년, 통일신라)’ 명과 조선 시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명 등도 발견됨에 따라 삼국 시대부터 통일신라, 그 이후 조선 시대까지 여러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오가며 계속해서 글자들을 새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한국 고대사 자료가 희소한 상황에서 이번에 확인된 다양한 명문은 신라의 화랑제도와 신라의 정치, 사회사 연구 등을 위한 중요한 사료로 평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각석 명문에 대한 실측과 탁본, 기록화 작업 등 전반적인 학술조사와 함께, 동굴 내 다른 각석 명문에 대한 연차별 정밀 학술 조사와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울진/주헌석기자 hsjoo@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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