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운제산 산불 당시 공무원 1천여명 대거 동원, 며칠간 비상근무
전문성 부족으로 사고 잇따라 ‘위험천만’… 효율적 진화작업에 한계
특수진화대 대거 양성·봄철 산불대응전문기구 운영 등 지적 이어져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초기대응을 높이려면 산불진화 전문인력을 대거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무원들이 대거 현장으로 투입되고 있으나 전문성 부족으로 효율적인 방재가 어려울뿐더러 안전사고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7일 포항남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7시 52분께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리 운제산 자락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길이 확산하자 포항남부소방서는 오후 9시 40분께 인근 소방서에 지원을 요청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인근 대각1리 마을주민 25가구 40명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어 포항시는 오후 10시께 이강덕 시장을 단장으로 한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했다.

포항시는 규정대로 전체 직원의 4분의 1을 동원하려 했으나 산불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해 2분의 1 수준까지 직원을 확대 투입했다. 포항시 전체 공무원 수가 2천200여명으로, 1천100여명이 투입된 셈이다. 남자 공무원들은 15㎏에 달하는 등짐펌프를 메고 잔불과 뒷불정리에 나섰고 여자 공무원들은 키만한 갈고리를 들고 작업을 했다. 이 산불은 꺼졌다가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며 5일까지 지속했고, 3일 연속 이어지는 산불진화에 투입되며 여성공무원 한 명이 탈진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산불이 난 첫날 뒷불을 정리하러 나섰던 공무원 한명이 산길 옆 하천으로 추락해 골절을 당하기도 했다.

시는 잔불정리까지 거의 마무리된 6일 오전 7시 대부분 공무원이 철수했고, 지휘본부는 이날 오후 6시 해체됐다. 현재는 공무원 70여명이 연일, 대송 등 지역에 배치돼 추가 산불을 예찰 중이다.

시 공무원들은 부서업무를 뒤로 한 채 투입돼 며칠 동안 산불현장을 지키며 산불 방재작업을 펼쳤으나 일각에서는 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흘러나왔다. 산불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불 갈퀴와 등짐펌프를 매고 산불을 끄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장비가 부족해 투입되지 못하고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상근무령에 1천여명이 소집되기는 했지만, 효율적인 진화작업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공무원들도 할 말은 많았다.

익명을 원한 한 여성공무원은 “여성 공무원들은 동원되더라도 갈고리를 이용한 일부 작업 뿐”이라며 “또 여성들에게는 조직적으로 체계적인 명령과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오히려 작업에 혼선만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한 간부 공무원은 “여직원을 비롯해 우리 직원들이 경사도 있는 산을 야간에 오르내리며 산불을 진화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산불 발생 시 공무원 동원보다는 진화전문 인력을 통해 산불을 초동 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지난해 2월 삼척 산불 부상자 15명 중 7명이 산불을 끄기 위해 투입됐던 공무원이었다. 산불이 빈번한 봄철만이라도 산불대응전문기구가 운영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동부지방산림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원 동해안 산불방지협의회 운영결과 보고회에서 산불 발생 시 공무원 동원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들이 쏟아진 바 있다.

당시 김성택 강릉산림항공관리소장은 “동해안의 산들은 악산이 많아 사람 수로 산불을 끄는 것이 아닌 전문인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을 배정해 체력은 물론 산불에 대한 지식, 산을 타는 노하우 등을 알고 틈틈이 훈련하는 특수진화대를 육성해 적재적소에 투입해 빠른 시간 안에 산불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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