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김씨 보백당 김계행 선생
20세손 길사 묵계종택서 봉행

7일 오전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안동김씨 묵계종택 보백당에서 정헌공 김계행 선생의 20세손인 김정기(65)씨가 새 종손이 된 것을 조상께 고하는 길사가 열리고 있다. /손병현기자

‘종손 즉위식’이 7일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씨족사회 전통을 보여주는 종가제도가 있다. 종가의 종손 즉위식에 해당하는 길사(吉祀·경사스러운 제사)가 보백당(寶白堂) 안동김씨 묵계종택에서 30년 만에 열렸다.

이날 오전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안동김씨 묵계종택 보백당에서 200여 명의 안동김씨 정헌공파 문중 어르신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백당(寶白堂) 정헌공(定獻公) 김계행(金係行·1431∼1517) 선생의 문중이 새로운 종손을 조상에 고하는 길사가 진행됐다.

이날 길사는 평생 청렴과 강직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보백당의 유훈을 이어받아 안동김씨 각 문중 지손(支孫)들만 참석한 채 최대한 검소하게 마련했다고 한다.

보백당 길사는 김계행 선생의 20세손인 김정기(65)씨가 부친 김주현 공의 기년상(朞年喪)을 마치고 새 종손이 된 것을 조상에 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길사에 앞서 전날 새로운 종손의 이름을 신주에 쓰는 신주 개제(神主 改題)가 진행됐다.

본격적인 길사는 새로운 종손이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내는 출주례(出主禮)를 시작으로 참신레(參神禮), 강신례(降神禮), 초헌례(初獻禮), 아헌례(亞獻禮), 종헌례(終獻禮), 유식례(侑食禮), 진다례(進茶禮)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새 종손은 관세(제례에 앞서 대야에 깨끗한 물을 받아 손을 씻는 의식)를 한 뒤 보백당 선생 등 선조의 위패를 사당에서 보백당으로 모셨다. 이어 처음으로 제례의 초헌관으로 나선 종손은 불천위(不遷位), 조매위(祧埋位·5대조), 고조위(考祖位.고조할아버지), 증조위(曾祖位·증조할아버지), 조위(祖位·할아버지), 고위(考位·아버지)의 순으로 첫 잔을 올리며 절을 했다.

이때 모든 제관들과 후손들은 종손이 이끄는 제례에 맞춰 함께 절을 하며 예를 갖췄다. 이어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순서인 아헌례에는 길사의 꽃인 새 종부(宗婦) 장무송(64)씨가 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종부는 활옷 예복에 수놓은 댕기를 곱고 화려하게 차려입고 화관을 썼다. 이는 행운과 권위, 부부애, 영원한 삶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각 지손의 대표가 세 번째 잔을 올리는 종헌례가 이어졌다.

모든 제사가 끝난 뒤 참제자(參祭者)들이 술이나 그 밖의 제물을 먹는 의식 음복례(飮福禮)에 이어 4대에 한정해 모시는 일반적인 기제사에서 이날 4대 봉사(奉祀)가 끝난 5대조의 조매제(<7967>埋祭, 혼백을 무덤 앞에 묻는 일)도 진행됐다.

김정기 정헌공 보백당 20대 종손은 “앞으로 집안의 막대한 임무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면서 “최근 케이팝 그룹인 BTS(방탄소년단)가 미국에서 열린 UN 총회에서 연설까지 하는 등 사회의 대중문화 변화에 문중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백당 김계행 선생은 조선 중기 문신으로 문과에 급제한 뒤 대사간과 대사헌, 부제학 등 3사 요직을 지냈다. 시호는 정헌이다. 지난 2017년에는 보백당 선생 서세(逝世) 500주년을 맞아 ‘연시례(延諡禮·임금이 내린 시호(諡號) 교지(敎旨)를 지역유림과 관원들이 축하하면서 맞이하는 의식) 재현 행사도 열렸다.

한편, 안동 지역에서의 길사는 앞서 2010년 5월 학봉종택, 2011년 4월 퇴계종택, 2015년 11월 서애종택에 이어 이날 보백당 묵계종택 길사가 봉행됐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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