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시인
김현욱 시인

어릴 때 드나들던 오락실에 ‘2022’라는 게임이 있었다. 로봇을 선택해 대결하는 게임인데 그때 느낀 2022년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2022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락실에 있던 게임들 중에는 이미 현실화된 것도 있고 현재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도 있다. 조만간 5G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5G는 ‘5th generation mobile communications’의 약자다. 2GHz 이하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4G와 달리, 5G는 28GHz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한다. 과거 2000년대 상용화한 3G 통신 방식인 ‘IMT-2000’을 계승해서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는 모바일 국제 표준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인 이동통신 기술이다. 또한 1㎢ 반경 안의 100만개 기기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시속 500㎞ 고속열차에서도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해야 한다. 5G 다운로드 속도는 현재 이동통신 속도인 300Mbps에 비해 70배 이상 빠르고, 일반 LTE에 비해선 280배 빠른 수준이다. 영화 1GB 영화 한 편을 10초 안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속도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그렇다면 20년 후의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 ‘유엔미래보고서 2045’는 이렇게 답한다. 유전자와 줄기세포 응용치료는 3D 바이오프린터를 이용해 낡은 장기를 바꾸거나 스마트 의수족 등으로 인간의 장애를 극복하는 휴먼 4.0의 시대가 열린다. 스페인의 몬드라곤과 거대 협동조합, 국가대체조직, 글로벌 시민연대가 만들어져 국가가 해체된다. 인터넷 대기업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업이 세계의 부를 차지하게 된다. 가상화폐인 페이파이나 비트코인 등 다양한 디지털 통화가 발달한다. 특히 눈길은 끈 것은 ‘브레인 업로드’다. 인간의 뇌를 매핑(지도처럼 가시화하는 기술)해 그 안에 들어 있는 정보와 지식을 클라우드 등의 가상공간에 올리는 작업이다. 개인의 경험, 지식, 정보를 가상공간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현재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올린 지식은 무료지만, 미래에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인터넷 기업은 두뇌를 업로드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한다. 증강현실이 삶의 부족한 현실을 채워주고, 가상현실이 삶을 대체해주는 미래가 도래한다. 가상현실 속에서 레저나 교육을 경험한다. 심지어 자신이 선호하는 시대의 가상현실을 만들어 자신이 만들어낸 삶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중독성으로 은둔형 외톨이처럼 가상현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다수 발생한다. AI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삶을 주도하고 대행한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을 생명체로 만든다. 모든 사물에 센서와 칩, 인공지능 등이 삽입되면 모든 사물이 서로 소통하면서 스스로 제어하기도 한다. 2020년에는 사물인터넷에 사용되는 센서가 1조개. 그 이후는 100조개의 센서가 연결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특정 목적을 위해 생명체를 인공 합성하는 학문 ‘합성생물학’이 새로운 과학 분야로 탄생한다.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합성생물학의 응용 범위는 나무, 돌, 인간이 융합된 생명체도 탄생시킬 수도 있다. 가족 구조가 변한다. 1인 가구가 대부분이며, 결혼제도와 공동체의 구조가 변한다. 수명 연장으로 동거하는 파트너는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관계로 이루어진다. 죽음이 늦게 찾아오면서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 커진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에서 소개한 2045년의 메가트렌드들이다. 우리가 맞이할 20년 후의 삶이다. 기존의 가족과 공동체가 붕괴되어 인간성을 상실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 눈부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공동체가 출몰하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는 결국 우리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