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연재해 전제 뉴딜 포함
인재 판명나자 일부 주민 반발
사업 추진할 근간마저 흔들려
최대 피해 대성아파트 재건 등
포항시도 손 놓아 해결책 시급
특별법 등 당분간 지켜만 봐야

포항지진 복구의 상징성을 띤 흥해 대성아파트 재건에 빨간불이 켜졌다. 11.15 포항지진을 계기로 추진되던 흥해지역 특별도시재생 사업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흥해 특별도시재생 사업은 지난 2017년 11.15지진 발생 이후 공동주택 이재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회, 정부, 포항시가 관련법까지 개정하면서 추진해온 사업이다.

지난해 4월 포항시 흥해읍 일대를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도시재생특별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14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서 확정된 전국 14곳의 도시재생 뉴딜 시범지역 활성화 계획에 흥해읍 특별재생지역지정 계획이 포함됐다. 기존의 쇠락한 도시를 기준으로 진행하던 도시재생사업에 ‘자연재난으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도 추가함으로써 신속한 복구지원이 가능토록 한 것.

이로써 흥해읍 소재지 120만㎡에는 도시재생사업 명목으로 2천25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곧바로 지진으로 크게 파손된 대성아파트를 비롯해 6개 전파(全破) 공동주택을 사들여 거점시설을 짓기로 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대성아파트 부지에는 마더센터(육아공동체), 시립어린이집, 창업지원센터, 공공도서관, 공공임대주택을 어우러진 시설로 만들고, 대웅파크맨션2차 터에는 수영장과 생활문화센터를 결합된 복합시설을 조성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경림뉴소망타운에는 평소에 체육관으로 활용하고 재난 시에 대피소로 쓸 수 있는 다목적 스마트 대피소를 만들기로 했다. 대웅파크맨션1차 땅에는 북송둘레길 마을주차장을 만들고 대웅빌라와 해원빌라에는 작은도서관과 체육시설을 꾸미기로 했다. 이 외에도 흥해 전통시장과 5일장을 연계한 문화축제거리를 만들어 상권 활성화를 유도하고 흥해읍성을 중심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명소로 가꿀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최근 정부합동조사단에 의해 포항지진이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결론나자 자연재해임을 전제로 진행해 오던 이런 사업에 일부가 반발하면서 사업추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주민들은 “자연재해를 전제로 진행되던 사업이 지난달 20일 정부합동조사단에 의해 인재로 판명나며 추진력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속한 사업 재개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및 국회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포항시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흥해읍에서 진행 중이던 특별도시재생 사업의 추진에 대해 손을 놓게 됐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공동주택인 대성아파트가 대표로 꼽힌다. 부지 매입을 통해 공공도서관과 창업지원센터 등 공공거점시설이 조성될 계획이었던 대성아파트는, 정부합동조사단 발표 전부터 주민들과의 의견수렴이 끝나고 매수하는 것으로 정리가 된 상태다. 상가 포함 사업대상 가구 총 485세대 대부분이 찬성했고 22세대가 매입가격에 대한 불만과 재개발 요구 등으로 반대를 하고 있었지만, 토지보상법에 의한 수용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수준이었다. 토지수용이란 공익을 위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등이 강제적으로 토지의 소유권 등을 취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재해’라 가능했던 토지수용이 ‘인재’로 판명나며 단 1세대의 반대라도 있으면 사업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주민들 역시 중단된 협의 매수로 인해 안절부절못하는 가운데 ‘특별법’, ‘손해배상’, ‘기존 협의 매수’ 3가지 방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해 앞으로 상황은 더욱 혼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성아파트 주민 A씨는 “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1년 반이 다 돼 가는데 아직 복구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도시재생사업으로 협의 매수가 되기까지도 이렇게 오래 걸렸는데,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듯해 허탈할 뿐이다”고 말했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포항시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재로 판명된 이상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기에는 관련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많아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고, 다른 대안인 특별법과 손해배상 문제에도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의 경우는 내용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범위까지 담길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점, 손해배상의 경우는 피해자인 주민이 모든 물적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등 시간적으로도 오래 걸리고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소송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든다.

포항시 지진대책국 관계자는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스스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전문가나 변호사 등을 통해 자문해보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시에서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현 시점에서는 손해배상, 지진특별법상 보·배상, 도시재생사업 가운데, 무엇이 나은지를 현재는 주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당정청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추경·포항지진 대책·개혁 입법’ 논의를 위한 협의회를 갖고 “흥해 특별재생 도시 사업을 더 빠르게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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