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대폭 개편된다는 소식이다. 정부는 예타 진행 때 그동안 꾸준히 문제 제기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역차별적 요소로 지목돼 왔던 지역 낙후도 감점 제도를 없애고, 지역균형 발전 항목의 비중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수도권 사업은 경제성과 정책성만 따져 평가하고 비수도권 사업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줄이고 균형발전 평가 가중치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또 예비 타당성 조사기간을 평균 19개월에서 1년 이내로 단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그동안 실시해 온 예타 제도가 경제성 중심이어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의 사업에 불리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예타의 재정 지킴이 역할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국 광역시와 지방정부는 이번 조치로 지역 대형 사업의 예타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체로 환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타 사업은 정부의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 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 평가하는 제도다. 1999년 도입된 이래 지난해까지 총 849개 사업 386조 원 규모를 평가해 35%인 300개 사업 154조 원 정도를 사전에 걸러냈다. 정부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의 낭비를 막아내는데 크게 기여한 제도로 긍정 평가받고 있다. 반면에 경제적 수요가 부족한 지방의 숙원 사업들이 줄줄이 예타 통과를 못하고 떨어지면서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자주 받아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커진다는 비판이다.

올 들어 정부가 수도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총 사업비 24조 원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추진한 것도 이런 측면을 보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구감소와 노령화 문제로 지금 지방은 심각한 소멸 위기감에 빠져 있다. 작은 지방의 소도시들마다 인구 증가 정책에 전전긍긍하며 쪼그라드는 시세(市勢)를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설립 등 굵직한 사업들이 수도권으로 배치되는 등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정책은 여전히 남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은 사람도 빠져나가고 기업도 빠져나가는 쇠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방도시가 살만한 곳으로 바뀐다면 굳이 복잡하고 물가가 비싼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릴 이유가 없다. 예타 제도 개편으로 당장 지방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번 제도 개편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번 제도 개편이 일각에서 우려하는 내년도 총선을 의식한 선심 정책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정한 집행으로 지역균형 발전과 예산의 효율성을 한꺼번에 살려 내는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