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최근 대통령이 나라 살림살이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 지, 혹은 알고도 모른 체 하는 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문직 종사자나 일반 가정, 기업 할 것 없이 한결같이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고 하소연하는데도 대통령은 최저임금제나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의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결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많은 이들이 보완을 요청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지속을 천명했다.

그 이유도 명확히 했다. ‘1대 99 사회’또는‘승자독식 경제’라고 불리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장의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란다. 이에 따라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고,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대로 계속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을 통해 지난해 전반적인 가계 실질소득을 늘리고, 의료, 보육, 통신 등의 필수 생계비를 줄일 수 있었고,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라고 진단했다.

경제현실과는 다른 대통령의 인식에 언론도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는 기자회견장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여론이 냉랭하다. 그럼에도 변화하지 않으려는 이유와 그 자신감의 근거를 알고 싶다”고 따져물었고, 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우리 사회가 양극화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오늘 제가 모두 기자회견 30분 내내 말씀 드렸다”고 짧게 답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회견직후 김 기자와 경기방송의 SNS가“질문이 지나쳤다”와 “사이다 발언”이란 반응으로 마비될 지경이었다니 먹고사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인 모양이다.

대통령의 보편적이지 못한 경제인식은 여전하다. 지난 달 19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 들어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국가 경제는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활동 측면에서 생산, 소비, 투자증가와 경제심리 지표 개선, 벤처투자와 신설 법인수 증가, 2월 취업자 수 전년대비 증가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보라. 대통령이 이처럼 경제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이 나온 이후 보름도 안된 지금 정반대 지표가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진 진보·보수 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경제계 원로 간담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물론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촛불혁명에 의해 태어난 정권’이라 주장하는 문재인 정권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청와대 참모진과 격의 없는 오찬을 하고,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는 모습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타운미팅홀 방식의 연두기자회견을 가진 모습 등에서도 그런 소통행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소통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라 하기 어렵다. 소통이란 용어를 쓰려면 서로 다른 의견, 정강 정책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견해차이를 좁혀나가는 행보라야 한다.

문 대통령의 행보는 권위적이거나 불통이었던 전 정권에 비해 여론을 중시하는 정치적 추임새를 잘 보여온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경제 원로들의 고견을 들으면 뭘 하나. 한결같이 문제있다고 지적해도 소득주도성장 정책 일점 일획도 변함없으니 말이다. 이제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닫은 대통령의 귀가 ‘심봉사 눈 뜨듯’ 열려지길 바란다.